버킷리스트와 나의 태도

시카고 라이프

by Professor Sunny

재작년 말, 코비드가 터지기 바로 직전인 12월에 나는 셀린 디온 (Celine Dion)의 공연에 갔었다. 가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제일 저렴한 맨 뒷좌석 3층에 앉아 멀어서 보이지도 않는 셀린 디온을 전광판으로 보며 노래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 큰 감동이 남아있다.


어제 남편과 함께 아이의 가을 옷을 장만하러 아웃렛에 갔다. 남편이 ‘안드레아 보첼리 (Andrea Bocelli) 시카고 공연 광고가 전광판에 뜬 것을 보고 “너 저거 보러 가- 너 저 공연 보러 가고 싶어 했잖아”라고 말함과 동시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 친한 동네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꼬셨다.


나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성적 두뇌 사용에 집중한 채 오래도록 살았다. 감성이나 감정은 집어치우고 무언가를 하기로 ‘선택’하면 그것에 ‘집중’하고 ‘실행’해서 ‘이뤄 내는’ 이런 일련의 순서에 초점을 두고 근 20년을 버텼다. 이런 나의 모습은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하는 나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근성과 버릇은 내가 목표한 것에 다가가는 데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내가 감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살려고 노력했던 것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한 번의 핑계도 봐주지 않으려는 것 일 수도 있겠다. 나는 그날의 할 일을 플래너에 적어 놓고 그 일들을 못 마치는 경우가 없도록, 게으름이나 자기 정당화가 끼어들 틈을 내 머릿속에 주지 않았다.


그런데 무기력증이 시작되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의 앞과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자, ‘감정’이라는 것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지나간 하나의 경험을 떠올렸을 때 거기에는 짝지어지는 감정과 느낌이 있다. 그러면 그때의 느낌과 감정에 잠깐 사로잡힌다. 출근길 기차에 앉아서, 내가 지금의 우리 아이만 했을 때, 아빠랑 새마을호를 타고 가면서 계란을 까먹었던 기억이 나고, 역전에서 언니랑 나랑 아빠 셋이 나란히 앉아 가락국수를 먹었던 기억도 났다. 그때 역에서 맡았던 그리운 냄새도 나는 거 같다.


요새 내 머릿속에 주로 출몰하는 감정은 ‘후회’다. 그동안 소망해오던 길을 가기 위해 다른 것들에 눈 돌릴 틈과 시간이 없었던 나는, 그 나이대에만 할 수 있었던 재미난 일들을 많이 놓쳤다. 뭐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인생에 큰 후회가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20 대 때 클럽 한번 가 볼 걸’, ‘연애도 많이 해 볼 걸’ 하는 우스운 후회들이 들기도 한다. 내가 긴장의 끈을 살짝 내려놨을 때는 내 주변과, 내가 보고 싶지 않아 하던 나의 지친 이면이 보였다. 너무 늦지 않게 주변을 돌아보고 나도 보듬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다행이다.


그래도 내가 어느 순간 이런 인생의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악하게 나만의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내가 꾸준하게 대강으로라도 ‘뭘 하고 싶다, 해야 한다’라는 것을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나의 버킷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이것에,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이 있다. 재작년의 경험으로 공연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지 맛본 나에게, 내가 기다려오던 이 공연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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