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게 추운 날씨란

월동 준비

by Professor Sunny

한국에서 사는 동안에는 날씨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미국에서 여기저기 지역을 떠돌아다니며 살다 보니, 내가 한국에 살면서 날씨의 영향에 대해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유가 한국이 날씨에 관해서는 꽤나 축복을 받은 나라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미국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지낸 미드웨스트 지역 (Midwest region- 시카고를 포함하는 일리노이, 위스컨신, 미네소타, 미시간 등)은 겨울이 10월이면 시작되고 해가 바뀌어 4월이 돼서도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 종종 있다. 일 년 중 근 6-7개월이 겨울 외투를 입어야 하는 날씨다.


내가 박사과정을 마친 매디슨-위스컨신은 지금 살고 있는 시카고 지역에서 더 북쪽으로 가야 한다. 그 말인즉슨 지금보다 더 추운 지역에서 5년간 추위와 동고동락을 했다는 뜻이다. 한국말에, ‘난 추위를 탄다’ ‘나는 더위를 탄다’ 하는 말이 있는데. 미국에서의 추위와 더위란, 귀여운 수준으로 취향을 나타내기에는 종종 무리가 있다. 위스컨신에 사는 동안에는 겨우내 영하 20-25도를 유지하는 날이 꽤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벗을 수 없을 정도로 해가 쨍하게 비치는 데다가 상당히 건조하다. 학위를 마치고 첫 직장은 미국의 최고 남부지역, 알라바마였는데, 미국의 최고 북쪽에서 최남단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찌는 더위와 높은 습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도 한 번씩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은 양이 쏟아질 때가 있다. 눈이 펑펑 올 때는 snow blower 혹은 snow thrower이라고 불리는 눈 치우는 기계가 없으면, 삽을 들고나가 3-4시간씩 눈을 치워야 하는 강제 노동에 투입된다. 시카고는 특히 윈디시티(Windy City)라고 알려진 것처럼 평소에도 바람이 사방에서 엄청 많이 분다. 머리 스타일링한 것이 바람에 소용이 없다.


남편 표정?


단지 ‘날씨’ 변화를 보는 거였지만, 이 지속적인 관찰 끝에 나는 자연이 꽤 무서운 힘을 가졌다는 것을 체득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주어진 환경에 ‘순응’ 해야 하는 게 참 많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날씨가 극적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매일매일 그것도 하루에 여러 번씩 날씨 앱을 들여다보고 날씨를 계속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지난주부터 시카고에는 살이 에인다라는 느낌을 주는 추위가 시작되었다. 전기장판을 꺼내서 등을 지지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긴 겨울을 위한 월동 준비를 해야 할 시즌이다.



keyword
이전 02화Cultural Identity-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