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아침 8시면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러 나간다. 아이의 학교를 원 반대편에 놓고, 원을 돌아서 다시 집에 오는 루트이다. 이 루트로 집에 돌아올 때는 왔던 길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아이를 데려다주는데, 어느 지점에선가 차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며 덜컹했다. 아이랑 나는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가 깜짝 놀라 우리 둘 다 소리를 꽥 질렀다. 아마 큰 돌이 길에 떨어져 있었던 거 같다. 나는 그게 뭔지 궁금해서, 아이를 내려주고는 원래 돌아오는 길로 오지 않고 다시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와 봤다. 돌아오며 봤던 길에는 뭐, 아무것도 없었는데, 거꾸로 돌아온 그 길은 마치 오늘 처음 가보는 길처럼 느껴졌다. 매일 보는 방향에서 그 길을 보는 게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짚으며 돌아오니, 내가 맨날 달리던 그 길이 아닌 새로운 풍경이 보였다. 간판도 건물도 반대쪽에서 보니 다른 동네 같았다. 사실 나는 길치인 데다가 타고나기를 주변 지형지물을 둘러보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순간 어떤 감성적 자각이 들어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살면서 40년간 인생에 큰 덜컹거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런 덜컹거림도 무시해버리고 오로지 앞만 보느라, 뭐가 나를 흔들어댔는지 돌아가 볼 생각을 하지 못한 건 아닐까. 내가 이제 까지 살아온 길에 목표 방향으로만 쳐다보느라 편협한 시각으로 살아오진 않았을까, 중요한 것을 못 보고 너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고 살아온 가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데까지.. 그 아주 잠깐 새에 생각이 뻗쳤다. 추하게 내 고집만 부리는 어른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근데 남편한테는 예외- 이 다짐이 잘 안 지켜진다- 하하.. 왜일까). 오늘은 더 나은, 멋진 사람의 태도를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