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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Dec 07. 2021

이름값을 해야 하는 것은

 내 이름의 가치는?

아들이 포켓몬에 빠져서 포켓몬 도감으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 포켓몬의 타입과 이름을 정하기 위해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는데, 아들은 나에게 기생, 공생, 상생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두 개체 혹은 더 많은 개체가 살아가는 형태에 따라서 그들의 관계가 기생 관계가 되기도 하고, 공생이 되기도 한다. 포켓몬스터 한 마리 한 마리에 이름과, 타입과, 공격 스타일 등등, 이런 별거 아닌 사소한 것까지 이름이 정해져 있는 것을 들여다보는 것은 재밌는 일이었다.

내가 대학에서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많은 행동 치료 방법에 ‘이름’이 있다. 때로는 작은 치료기법 하나에 엄청나게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해서 그 방법 자체가 사실은 별거 아니더라도 예쁜 이름 덕택에 가치가 더 부각되기도 하고, 아니면 매일 쓰는 방법인데도 ‘이름이 있는지도 몰랐어’ 하는 방법, 아니면 이것이 치료 방법인지 몰랐으면서도 늘 써왔던 방법도 있다.  


하나의 행동 기법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 행동치료기법은 학교에서 많이 쓰는 방법인데, 작은 화이트보드를 학생 개개인이 하나씩 손에 들고, 교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정해진 시간 안에 써서, 시간이 다 되었을 때 화이트보드를 머리 위로 들어서 답을 보여주는 형태이다. 예전 티비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에서 사용됐던 방법이다. 이 기법은 학교에서 특히 큰 그룹의 학생을 효과적으로 관리(Classroom management) 하기 위해 쓰이는 방법으로 ‘근거 기반 중재법’(evidence based intervention)으로 선정되어 있는 방법이며, 그 말인즉슨 이 방법론이 과학적 근거가 증명된 교수법이라는 것이다. 이 방법의 효과로는 선생님 한 명에 학생수가 꽤 많을 때, 아이들 모두에게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주고, 한 명의 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분산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이 방법의 이름은 “Response Card” (반응 카드) 방법이다. 내 수업에서 이 기법의 사용법을 배우고 연습할 때는 학생들이 나이, 성별, 경험 불문하고 재밌어하는 하나의 액티비티(activity)가 된다.  


내가 이 방법을 학교에서 설명하면 교사가 되고자 하는 나의 학생들은 대체로, “헐, 이것도 이름이 있었어?”  아니면 “이게 행동기법이었어?”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는 그 방법을 다시 보고, 사용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자 하고, 그 이름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며, 다시 자신의 클래스로 돌아가 본인의 어린 학생들에게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적용해 보고자 한다. 이렇게 이 기법이 이름을 되찾고 적절한 곳에 사용되며 이름값을 하게 된다.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그 이름에 걸맞은 주체가 ‘정의’ 되어졌고, 다른 사람들이 그 이름을 기억하며, 이름과 그 가치를 매치해서, 적절한 곳에 사용될 때 가장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고 본다.


나도 내 ‘이름’과 ‘직위’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하루하루 그 이름값을 잘 발현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나만의 이름과 색깔로, 내 자리에서, 내가 발현하는 가치가 나와 소통하는 사람들로부터 내 나름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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