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자였다.
웃으며 마무리하자던 그 약속을 지키려고,
뿌연 유리창을 닦아내지 못한 채 오래 앉아 있었다.
그날의 나는,
웃음과 눈물 사이에 걸린 채 멈춰 있었다.
웃었다.
네가 내게 웃음을 주었으니 함께 웃었다.
하지만 붉어진 눈은 감춰지지 않더라.
차에 앉아 한참 동안 핸들을 안고 소리 내어 웃었다.
뽀드득, 뽀드득-
마른 유리 위를 와이퍼가 계속 움직였다.
뽀드득, 뽀드득-
그래도 웃었다.
우린 웃으며 마무리하자고 했으니까.
지금까지 네가 내게 모든 걸 맞춰줬으니,
이거 하나는 내가 맞춰주려 했다.
하지만 습기로 낀 유리가 닦이지 않아
출발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직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건 미련일까,
후회일까.
떠나던 네 뒷모습,
어깨를 들썩이던 너를 보며
괜히 웃음을 참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우린 웃으며 마무리하자 했으니까.
넌 언제나 약속을 잘 지키던 사람이었으니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
울었다.
목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았다.
와이퍼는 의미 없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였다.
습기가 낀 것은 차 앞 유리가 아니라,
내 눈이었다.
눈물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손끝으로 아무리 눈을 닦아도
뿌옇게 낀 안개는 지워지지 않았다.
차라리 이 눈을 뽑아버리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떠나지 않았으면.
네가 가지 않았으면.
야속하게도,
너의 뒷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