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 것

by 주엉쓰

의자를 발로 찼다.

툭—

묵직한 충격 대신,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장이 아닌, 바닥이었다.

죽음이 아닌, 살아 있었다.

밧줄이 헐거워져 있었다.

아니, 애초에 제대로 묶이지 않았던 걸까.

숨이 쉬어졌다.

그러나 그건 위로가 아니었다.


죽는 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구나.


몸을 웅크렸다.

바닥에, 그 차가운 장판 위에

마치 무너진 무엇처럼 그대로 누워 있었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이 너무 아렸다.

눈을 감은 것도 아닌데 앞이 흐릿했다.


잠시 후, 울음이 아닌

헛웃음이 터졌다.

웃겼다.

그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이것마저 되지 않았다니.


이불처럼 뒤집어쓰던 무기력함이

이제는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몸도, 마음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이유를 다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다가

정수기 앞에 섰다.

물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무의식처럼.

그 자리에 가면 뭐라도 달라질까 해서.


컵을 올리고, 버튼을 눌렀다.


쪼르르…

쪼르르…


“필터 교체가 필요합니다.”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아주 작게, 입 안으로 중얼였다.


“지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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