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바닥엔 먼지가 쌓였다.
이불 옆엔 컵라면 용기,
책상 위엔 버려진 약봉투.
지금의 나는
무너진 공간 속에 눕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루가 다 지나고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기를 꺼냈다.
잠깐만,
뭐라도 해내야
사람인 것 같으니까.
청소기 전원을 눌렀다.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눌렀다.
…아무 소리도 없다.
코드를 뽑았다 다시 꽂고,
플러그도 바꿔 꽂고,
버튼을 몇 번이고 눌렀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제서야 멍하니
그 조그만 버튼을 바라봤다.
왜 안 되지?
무슨 고장이지?
아니야,
내가 고장인 거지.
기계가 아니라
내가 문제인 것 같았다.
청소기가 아니라
나를 작동시키는 버튼이
없어져버린 것 같았다.
방 안 한가운데
청소기를 세워두고
나는 그 옆에
다시 주저앉았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공간.
고장 난 것도,
정상인 것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 순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청소기 버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