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포토 에세이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 자체가 하나의 문화유산처럼 느껴진다. 거리의 돌 하나, 창문 하나에도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한 느낌. 런던의 한 숙소 리뷰를 읽으며 그 감정을 다시금 떠올렸다. 어떤 여행자가 창문이 삐걱거린다며 불편을 토로하자, 호텔 주인은 시에 이미 수리를 요청했지만 허가가 나지 않아 손을 대지 못했다고 답했다. 창문 하나 수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도시. 우리는 그것을 낙후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도시의 역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존중이기도 하다.
고즈넉함과 앤틱함이 도시의 숨결로 남아 있는 유럽에서는, 오래됨이 오히려 가치로 여겨진다. 낡은 것이 아니라 ‘오래된 좋은 것’으로. 시간과 이야기를 품은 건축물들, 불편함조차도 어느 순간 낭만으로 느껴진다. 물론, 그것이 항상 편안한 것은 아니다. 계단이 많은 숙소, 좁은 골목, 에어컨이 없어 더운 방.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곳을 찾는다. 어쩌면 우리가 동경하는 것은 ‘불편함 속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여행의 끝자락, 다시 익숙한 나라로 돌아올 때면 오히려 안도감이 든다. 말이 통하고, 기술이 발전되어 있고,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곳. 새롭고 모던한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풍경은 분명히 자랑스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공항에서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여행은 늘 우리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모던함에 익숙해져 있을수록, 때때로 우리는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하게 된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종로의 한옥가, 서순라길, 익선동 같은 공간은 그런 그리움을 채워주는 도시 속의 쉼표 같다. 좁은 골목길, 기와지붕 아래 커피향이 피어나는 작은 카페, 오래된 간판을 간직한 가게들. 이 모든 것이 낡았다고만 볼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은 우리 삶의 결이자, 문화의 깊이이다.
여행도, 삶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그렇게 오늘도 고즈넉함과 세련됨 사이 어딘가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