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빵, 담백함과 달콤함의 끊을 수 없는 콜라보레이션

by Beige 베이지





요즘 누군가 "맛집 추천해줘!"라고 하면, 더 이상 곱창이나 감자탕, 생선구이나 삼겹살이 자동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압구정 베이글 맛집”, “망원동 마들렌 장인”, “전국 3대 크루아상” 같은 단어들이 먼저 튀어나온다. 얼큰하고 기름지고 푸짐한 한식의 정서가 여전히 우리 식탁의 뿌리라면, 오늘날의 맛집 트렌드는 그 반대편에 있는 섬세하고 담백한 빵의 세계로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건 ‘빵’이다. 디저트류 단과자에서 식사 대용의 하드브레드까지, 빵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한때 “빵은 배가 부르지 않아서 싫어”라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소한 버터향이 퍼지는 오븐 앞에서 줄을 서며, 오늘의 빵 한 조각에 마음을 걸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빵에 진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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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 브라이언스 커피

빵을 사랑하는 자세란, 단순히 맛있는 것을 먹는 태도 그 이상이다. 그것은 ‘천천히 음미하는 삶’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다. 버터가 꾹꾹 눌러 들어간 페이스트리의 바삭한 결을 천천히 찢어내고, 속살을 살며시 들여다보며, 손끝에 닿는 온도와 입안에 퍼지는 향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 그것이 바로 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빵이란 원래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된다. 밀가루, 물, 소금, 그리고 약간의 이스트 혹은 설탕. 하지만 그 평범한 재료들이 오랜 발효와 정성스러운 굽기를 통해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누군가는 그것을 예술이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과학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빵은 ‘위로’다. 마음이 텅 빈 날, 바게트를 베어무는 소리만으로도 왠지 든든해지는 감정. 얇게 썬 브리오슈 위에 살짝 녹는 잼을 바를 때 찾아오는 소소한 행복. 이 모두가 빵이 주는 위로다.


그래서 요즘은 여행지에서 빵집을 먼저 검색하게 된다. 파리의 뒷골목에서 발견한 작은 바게트집, 도쿄의 골목길 속 조용한 앙버터 맛집, 이번 오스트리아 여행에서는 마트 코너에 파는 라우겐도 정말 훌륭했다. 우리는 빵을 통해 공간을 기억하고, 향을 통해 그 순간을 다시 불러온다. 이런 빵지순례는 단순히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서의 조각을 모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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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빵을 대단한 무언가로 여기자는 말은아니다. 오히려 빵의 매력은 ‘대단하지 않음’에 있다. 화려한 음식은 그 순간은 좋지만 자주 먹기엔 부담스럽다. 하지만 빵은 다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먹을수록 그 미묘한 맛의 층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이 담백한 고집이야말로 빵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빵을 사랑하는 자세’는 결국 삶의 작고 고요한 기쁨을 알아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커피 한 잔 옆에 놓인 크루아상의 끝자락에서, 갓 구운 식빵의 구수한 공기 속에서, 그리고 소소한 하루의 끝에 찾은 동네 빵집의 반짝이는 쇼케이스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오늘도 잘 살았어. 내일은 어떤 빵을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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