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낭만적 은둔의 기술

by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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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군중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인가?

고독 속에서 평화를 느끼는 사람인가?


나의 평화는 철저한 고독으로부터 온다.

군중 속에서 나는 안정감도 느끼고, 분위기를 주도 하기도 하지만 만남 이후엔 진이 빠진다.

모든 사람의 감정을 신경쓰느라, 에너지가 실시간으로 술술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럴 때면, 철저한 고독의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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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산책길이 나에겐 평화의 시간이다.

가끔 혼자 걷는 길이 외롭단 생각이 들어 사람들과 함께 걷기도 했는데, 산책은 역시 혼자 걷는 것이 더 좋단 결론을 내렸다. 함께 길을 걸을 땐, 서로를 신경쓰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주변을 돌아 볼 여유가 없다. 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 은밀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평화를 느낀다.


요즘은 작고 여린 새싹의 이야기를 듣는다. 겨울내 에너지를 비축하다,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낸 아스팔트의 이파리들을 보며 생기를 느낀다.



군중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군중 속에서 우린 더 외롭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군중 안에서 더 깊이 외로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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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는 고독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가장 사랑하는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부터 3월 일력의 주인공 '버지니아 울프', 에밀리 디킨슨, 미셸 드 몽테뉴, 르네 데카르트, 랠프 월도 에머슨 등 13명의 작가가 고독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철저한 고독 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든다.

아니, 그것은 완전한 고독은 아니었다. 소로의 이야기를 읽을 땐, 그와 함께 월든 호수에 앉아 있는 것 같았고,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를 들을 땐, 그녀와 함께 옥스브짓지대(가공의 공간) 교정을 거닐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지만 혼자 있지 않은 것 같은 고독. 산책길이 외롭지 않았던 건, 수많은 자연의 이야기를 듣기 때문일거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



어쩌면 외로움은 철저히 혼자라고 느낄 때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있지만,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 그렇기에 정현종 시인은 '섬'이라는 시를 통해 이렇게 말했는가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어쩌면 그 외로움은 '나' 자신을 '나'에게서가 아니라, 나의 밖에서 찾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랠프 월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서 번뜩이며 지나가는 한 줄기의 빛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이 넓은 우주는 좋은 것으로 가득 차 있지만, 주어진 땅을 자기 손으로 갈지 않는 한 단 할 알의 옥수수도 손에 넣을 수 없다."



군중 속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 다움'을 버렸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아니 모든 생명은 결코 같을 수 없다. 팝콘처럼 피어난 매화 꽃 마저 서로가 다른데, 어떻게 인간이 모두 같을 수 있겠는가.



'나 다워진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말이다. 철저히 혼자 있을 때, 우린 그제서야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해 우린 나의 내면에 감추어져있던 빛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야 나만의 옥수수를 경작해낼 수 있겠지. 오늘도 내 안에 있는 감추어진 밭을 정성스럽게 경작해야겠다.




고독에 대한 작가의 한 문장들


월든 호수가 외롭지 않듯, 나도 외롭지 않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한 가지 사소한 문제에 대한 제 의견,
즉 여성이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세상 근심에서 벗어나려 말을 타고 외국으로 가는 자는,
거기서 분명 그 근심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호라티우스)
-미셸 드 몽테뉴, '고독에 대하여'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짊어져야 하는 고독이 있습니다.
그 고독은 얼어붙을 듯이 추운 산맥보다도 더 가까워지기 어렵고,
한밤중의 바다보다도 더 깊습니다.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 '자아의 고독'



삶은 이미 살아버린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한다.
-랠프 월도 에머슨, '자기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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