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조금 더 사랑해보자구요. 우리.
1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어서 물로 나오너라. 돈이 없는 사람도 오너라. 너희는 와서 사서 먹되, 돈도 내지 말고 값도 지불하지 말고 포도주와 젖을 사거라.
2 어찌하여 너희는 양식을 얻지도 못하면서 돈을 지불하며, 배부르게 하여 주지도 못하는데, 그것 때문에 수고하느냐? "들어라,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그리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으며, 기름진 것으로 너희 마음이 즐거울 것이다. (이사야 55,1-2)
1.
우리가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정말 그럴까?
인간관계에 목숨을 걸지만, 관계 만큼 부서지기 쉬운 것도 없다.
더 잘 살기 위해 아득바득 재테크를 하고, 영끌을 해 보지만, 신기루 같다.
더 큰 집에 살 수만 있다면,
수십억의 자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원하는 무리에 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충분한 만족과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2.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2005년 이후 지금까지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딱 한번, 리투아니아가 OECD국가에 들어오면서 역전된 적이 있었고,
그마저도 다음해 바로 탈환했다고 한다.
18년째 1위.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지나칠 수치가 아니다.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지도층부터 평범한 사람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수치가 아닌가. 거의 20년 동안 사람들이 못살겠다며 죽어갔는데,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하나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요즘 1등이 하나 더 늘었다. 최저 출생율 1위.
0.75명. 한 명의 인간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라.
자살율 1위와 저출생 1위. 이 수치만큼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게 또 있을까.
어쩌면, 길을 잃은게 아닐까?
3.
빠르게 발전했고, 성장했다.
서구 유럽국가들이 0.2%, 0.4%로 수십년에 걸쳐 성장할 동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단 몇년만에 7-8%의 성장률을 이룬다.
그야말로 한강의 기적.
그러나 우리가 기적이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할 동안, 그 동안 놓쳐버린 사람들과 놓쳐버린 정신들, 때에 맞게 성숙했어야 했던 시간들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양식을 얻지도 못하면서 돈을 지불하고, 배부르게 하여 주지도 못하는데 수고했던'것은 아닐까.
4.
사람들은 마시고 마셔도 목이 마르고, 먹고 또 먹어도 배고파보인다.
SNS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 SNS에서 유행하는 레시피를 따라 도전하고,
SNS에서 유행하는 옷을 따라 입는다. SNS에서 검증이 끝난 것들만 따라 다닌다.
그래야 안전하고, 실패하지 않을테니.
5.
불확실한 미래를 끌어 안고 살아간다.
과거에는 뚜렷한 목표와 정해진 길이 있었고, 대체로 그 길로 가면 안전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직장에 들어가 승진하면서 정년을 보장받는 삶. 꽤나 안정적인 삶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더 이상 대학은 큰 의미를 가지지 않고, 직장이 보장해주는 시대는 더이상 없다.
거기에 더해 기후위기는 앞으로 우리의 삶을 꿈꾸는 것조차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곧 지구는 망할 것 같고, 더이상 안정적인 길은 없는 것 같고, 우린 어디로 가야할까?
6.
'값없이 포도주와 젖을 사먹으라'
진짜 나를 배불리고, 만족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값을 주고도 살 수 없다.
여행길 만났던 풍경, 누군가 값없이 주었던 사랑, 실패해도 괜찮다며 독려하던 손길이다.
우리를 살리고 있었던건, SNS 맛집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었던 식탁이다.
7.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이 시기,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은,
'나 다움'이다.
나만이 살 수 있는 삶, 그 누구랑도 비교하지 않고 수차례 흔들릴지라도 나만의 중심이 있는 삶.
이제 더이상 정해진 길 따위는 없다. 안전하다고 검증받은 길은 없다.
내 삶을 살아야할 뿐이다.
나다운 삶은 한번의 선택으로 찾을 수 있는게 아니다.
수차례 선택하고 실패해야 '나 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가급적 빨리 실패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이 많이 가는 유명한 여행지 말고 정말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시즌별로 유행하는 옷 말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가?
SNS에서 검증된 맛집 말고, 나의 이야기가 담긴 식당을 나는 몇개나 가지고 있는가?
8.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렸다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선택하고 실패하며 나에게 물어보자.
타인의 삶을 그만 들여다보고,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보내는 내 마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어쩌면 천국은 내 손안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