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함께 산 중년 부부들 중에서 신혼시절의 닭살 돋는 애정행각을 이어가는 분들은 얼마나 있을까? 나는 남들에 비해서 힘든 연애와 결혼을 했기에 평생 뜨거운 사랑을 나누면서 살 줄 알았다. 그러나 29년이 지난 우리 부부 역시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부부의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내의 손에는 늘 휴대폰이 있다.
단 둘이 식사할 때면 아내의 시선은 휴대폰을 향하고 귀에는 버즈가 있다.
나는 또 어떤가?
식사가 끝나면 귀로는 TV를 듣고 손으로는 휴대폰 게임을 한다.
MLB9이닝스 23, 컴투스프로야구 2023, Ultimate Tennis 등
직접 하지 못하는 운동에 대한 아쉬움을 스포츠 게임으로 대리 만족한다.
우리 부부에게 사랑의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다른 부부들도 이 나이에 다 그래"
참으로 끔찍한 말이다.
"나이 들어 늙고 병들어 몸이 점점
부실해져도 부부간의 사랑은
더 깊어질 수 없을까?"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고 해도
철없던 시절 보다
더 깊이 사랑하고 표현할 수는 없을까?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좋고,
아침에 눈뜨면 보고 싶고,
보면 안고 싶고,
차 한 잔 앞에 두고 도란도란 수다 떠는
그런 노후는
정말 TV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아내는 지금도 변함없이 나와 두 아들을 사랑하고 아내로서의 역할,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만족이 되지 않는다. 신혼 때의 그 미친 사랑을 평생 나누며 늙어가고 싶다.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까지 결혼한 우리가 그저 그런 부부로 살아가기에는 억울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