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는 K 선배가 있다. 성격이 좋고 신앙도 좋은 분이지만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 일할 수 있을 때 신경 좀 쓰시라고 했다.
"매월 얼마나 저축하세요?"
"저축할 돈 없다.
쓸 돈도 없는데."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만원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음... 월 10만 원 정도는..."
나는 K선배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첫째, 증권사에서 개인연금계좌를 개설하세요.
둘째, 월급 받으면 10만 원씩 계좌에 입금하세요.
셋째, 나스닥 100 ETF를 10만 원씩 매수하세요.
넷째, 매월 계속 반복하세요.
"5년 후에 연금을 개시해서 노후 용돈으로 쓰세요.
얼마 되지 않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겁니다.
나라에서 나오는 노령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최소한의 준비는 하자고요."
"개인연금으로 인해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효과도 있으니
여윳돈이 생기면 추가로 입금하고 매수하세요."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금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분이라 늦었지만 지금부터 라도 근로소득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분이다. 지금부터 월 10만 원씩 한다고 해도 1년에 120만 원 밖에 되지 않아 노후 준비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많든 적든 일단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 겨우 10만 원이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 조차 심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은 간단하다. 많이 벌고, 많이 저축하고, 적게 쓰면 된다. 하지만 많이 버는 것은 내 맘대로 안된다. 어쩔 수 없다. 이것은 쿨하게 인정해야 한다. 쓰는 것은 내 의지에 달려 있다. 임대료, 관리비, 보험료 등 필수 생계비는 어쩔 수 없다. 생존을 위한 필수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대폰 요금, 과다한 생명 보험료, 기호 식품 등은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춰서 조정할 수 있다.
돈이 모이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이면 마음 자세가 달라진다. 커피 덜 마시고 주식 1주 더 사고 싶어 진다. 저축과 투자는 일찍 시작하면 좋겠지만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K 선배는 증권계좌가 하나도 없었다. 처음으로 비대면 계좌개설을 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전화 통화를 하며 겨우 계좌 개설에 성공했다. 그리고 일단 입금은 했다. 그런데 어떻게 사냐는 거다. 종목 검색부터 매수하는 방법까지 30분을 설명했다. 그리고 드디어 매수에 성공했다.
K 선배에게 변동성이 큰 나스닥 100 ETF를 추천한 이유는 투자액이 적고, 5년간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만큼 수익률이 클 수도 있다. 종잣돈이 적을 경우 최소한의 배팅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선배에게 시작하라고 했던 것이 작년 8월이다. 이 때는 나스닥 시장의 조정기였다. 하락기에 시작을 했으니 나쁘지 않은 시작이고 매수 후에도 하락은 지속되어 계속 마이너스가 났다. 투자금이 적은 K선배에게는 마이너스가 클수록 저렴하게 많은 수량을 매수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기회다. 수익률 보다 수량을 늘리는 것에만 신경 쓰라고 했다.
K 선배는 내가 권한대로 꾸준히 매수했다. 여윳돈이 생길 때는 추가로 2주 더 샀다며 뿌듯해했다. 저축이란 것을 해 보지 않은 분이 돈이 쌓여가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얼마 전 계좌를 캡처해서 메신저로 보내 주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였던 잔고가 수익으로 돌아서 있었다. 나는 플러스 난 것에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했다. K 선배는 계속 모아가야 하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나든 플러스가 나든 지금처럼 꾸준히 사라고 했다. 1년도 되지 않아 벌써 투자금이 100만 원을 넘었다.
K 선배는 50대였기에 개인연금을 추천했다. 하지만 20-30대라면 ISA 계좌를 추천했을 것이다. 젊을 때는 목돈으로 써야 할 일이 많이 생기니까 말이다. ISA는 3년 만기이고 1년에 1억까지 투자할 수 있고 세제 혜택이 있다. 따라서 종잣돈을 만들어 결혼자금, 주택구입자금 등으로 활용하기 좋다. 3년 내 꼭 써야 할 자금이라면 100% 주식형 ETF는 위험도가 높다. 자신이 공격적인 성향이 아니라면 저축과 투자를 적절한 비율로 나눌 것을 권한다.
우리는 작은 것을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괜찮은 식당에 가서 친구와 식사하고 술 한잔 한 후 호기 있게 밥값을 내려면 10만은 훌쩍 넘는다. 쓰려고 하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10만 원씩 모아서 언제 노후 대비하고, 집 사냐고 한다. 이렇게 살다 보면 평생 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금수저 출신이면 저축, 투자 신경 쓰지 않고 도박과 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닐 확률이 높다. 평생 일할 수 있는 건강과 사업체가 있으면 괜찮다. 그러나 이 또한 세월의 힘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늙고 병든다. 일찍 준비할수록 힘은 덜 든다.
30대 때부터 매월 10만 원씩 투자했다고 생각해 보자. 60대까지 일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30년이다. 원금 3600만 원, 연 5% 복리로 계산하면 6000만 원이 넘는다. 월 투자금을 조금씩 늘려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나 또한 보다 젊을 때 이것을 알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깨닫는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꼭 주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주식, 펀드, 채권, 적금, 달러, 금 등 어떤 것이든 자신의 성향에 맞는 것을 공부하고 선택하면 된다.
좋은 자산을 꾸준하게 모아가는 것. 이것이 노후를 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