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청지기 May 07. 2023

어린이날 선물 주세요

피자가 먹고 싶어요



\

"어린이날 선물

 주세요!!!!

 전 어른이 응애!!!!"


"뭘 받고 싶니?

 아직 어린인 걸 

 몰랐네ㅋㅋㅋ"


"피자가 먹고 싶어요"


"어린이날 기념 피자

 쏜다^^

 아빠 카드 써♥♥"


두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어린이날은 거저 하루 쉬는 날일 뿐이었다. 그런데 십 수년이 흘러서 다 큰 아들이 어린이날 선물을 달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린이날을 핑계로 외식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비싼 것을 사달라고 할까 봐 일순간 긴장했는데 '피자'라는 이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아들에게 병원비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체크카드를 하나 준 게 있었다. 그걸로 맘껏 먹으라고 했다.




아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내년이면 졸업반이다.  취업에 대한 걱정이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는 시기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공부는 힘들고 성적은 잘 안 나오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별게 아닌 게 되겠지만 지금 아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고민이 없다.  이때 아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들에 대한 진중한 진로 상담이나 열심히 공부하라는 잔소리 섞인 격려... 아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나보다 더 잘 안다. 그저 생각이 복잡하고 뜻하는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다.  


아들이 피자 사 달라고 먼저 말해 줘서 고마왔다. 이렇게 힘들 때는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 먹으며 잠시 고민을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졸업을 앞두고 무엇인가 결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면 긴장하고 초조하고 두렵다. 이 과정을 지나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성장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아들이 잘 이겨 내기를 기도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투자, 일단 시작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