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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May 09. 2023

아빠, 뮤지컬 좋아해요?

어버이날


"아빠, 혹시 뮤지컬 좋아해요?"


"좋아하지."


"'빨래'라는 뮤지컬 본 적 있어요?"


"아니. 안 본 것 같은데."


"다음 주에 보러 가실래요?

 공연 중에 산소 못 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가만히 앉아 있는 거니까  그 정도는 괜찮을 거야."


"자리는 어디가 좋아요?

  맨 앞자리?

  앞에 가릴 까봐."


"앞자리는 목 아플 테니까

  편한 자리로 해."


"그럼 2층으로 할게요.

  2층이 좋대요."


아들은 어버이날을 맞아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뮤지컬이라...


회사에서 문화행사로 10년 전쯤 관람한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근 2-3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조차 가지 않았다. 아들 덕분에 아빠, 엄마가 공연을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주일 오후 아내가 교회에서 빨리 돌아왔다. 2시 공연아라 여유 있게 대학로로 가기 위해서였다. 여유 있게 대학로에 도착해서 이미 예매한 티켓을 발급받았다. 장애인의 경우는 동반자까지 40% 복지할인이 되었다.


아들이 추천한 "빨래"라는 뮤지컬은 16년이 넘는 기간 동안 80만 명이 이상이 관람했다는 창작 뮤지컬이라고 했다. 공연장은 소극장보다는 컸고 대형 공연장보다는 작았다. 2층 1열에서 봤기에 위에서 내려다보며 전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느끼며 생동감 있게 감상하려면 1층 1,2열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뮤지컬 '빨래'는 고향인 강원도에서 상경해서 5년째 살고 있는 나영이 여섯 번째로 이사 오는 집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등장인물은 나영을 비롯해 몽골청년 솔롱고, 주인집 주인할머니, 세 들어사는 옆방 희정 엄마, 희정 엄마의 동거인 구 씨, 제일서점 사장 빵, 솔롱고의 친구 필리핀 사람 마이클 그리고 제일서점 직원 등이 나온다.


이들 각자의 캐릭터가 가진 고단한 삶의 모습을 '빨래'는 극적 재미와 감동으로 잘 표현해서 전달해 주었다. 아내는 40년째 장애인 딸을 돌보는 주인할머니의 독백을 듣고 눈물짓는 등 여러 차례 감동적인 장면에서 눈물을 보였다.



아들은 공연이 끝난 후 인근에 있는 식당으로 안내했다. 날씨가 좋아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가 나오기 전 아들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엄마 선물이라고 했다. 엄마의 마음에 쏙 드는 화장품이었다. 아빠는 간절기 바람막이 점퍼를 매장에 가서 보고 사 주겠다고 했다.  이어서 식사가 나왔다. 피자와 파스타가 정말 맛이 있었다. 아들이 사 주는 거라 더 맛있었는지 모른다. 식사 후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오늘 연극에 대해서 서로의 감상평을 나누었다. 오후 1시에 집을 나섰는데 벌써 저녁 7시 30분이 되었다. 아들은 아빠의 점퍼를 사기 위해 아웃렛 매장으로 가지고 했다. 나는 아들로부터 점퍼를 선물 받았다.




아들이 취업한 후 처음 맞이한 어버이날, 아들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맏이라는 것이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생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뮤지컬 공연을 선물한 것은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아빠에 대한 배려가 더 깊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항상 아빠와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아들들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 부모를 먼저 생각하고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고맙다. 하지만 너무 힘들게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념일 때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힘들어하지 말자.  비교하지도 말자.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요 행복이니까.


부모를 위해 애쓰지 마라. 

애쓰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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