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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Apr 28. 2023

아들이 사준 거라 더 맛있는 만두

일상

아내는 저녁에 독서 모임을 갔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가 없다면"(김초엽 저) 책을 다 읽고 갔을지 궁금하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이 중단되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다시 시작하나 보다. 반복된 일상 속에서 독서 모임이 아내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랜만에 빈집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퇴근하는 발걸음이 신나지가 않았다. 회사에서 장애인콜택시를 호출하고 1시간가량 기다리며 야근을 했다. 나는 장애인콜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늘 야근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위험하기도 하고, 의료용 산소기를 휴대하고 O2 캐뉼를 코에 꽂고 다녀야 하다 보니 출퇴근 전철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도 2시간가량 늦은 퇴근을 했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집이 환하다. 아내가 외출하면서 쓸쓸하지 말라고 불을 켜놓고 갔나 보다.  세심한 아내의 배려가 고맙다.


거실 식탁에 아내가 정갈하게 저녁 식사를 차려놓았다. 밥만 뜨고 된장찌개만 데워서 먹도록  해 두었다. 아내는 외출하는 날에도 항상 나의 식사를 챙긴다. 이 정도 나이가 들었으면 한 끼쯤은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할 법도 한데 말이다.




TV뉴스를 보며 식사를 마치고 조금 있으니까 아들이 퇴근하고 돌아왔다. 아들은 퇴근하고 오랜만에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오는 길이란다. 그리고 오는 길에 아빠 생각나서 동네 만두 맛집에서 만두를 사 왔다고 했다.


"아빠, OO 만두가게 알아?"

"응. 장애인콜택시 타고 출근하는 길에 봤어."


"안 먹어 봤지?"

"응"


"그럴 줄 알고 사 왔어. 맛이라도 보라고.

 만두 6개에 8000원이야."

"헐, 그렇나 비싸?"


"아빠는 밖에서 잘 안 먹으니까 물가를 몰라.

아빠 돈으로 안 사 먹을 것 같아서

아들 돈으로 산 거 먹어 보라고 샀어."


아들은 아빠가 그동안 잘 먹지 못했을 것 같은 만두를 사 오고 싶어서 샤오롱바오 만두를 골랐단다. 1년에 2-3번 특별한 날이 아니면 외식을 하지 않고 회사에서 조차 점심식사를 생식으로 해결하는 나에게는 이런 만두를 먹어볼 기회가 거의 없다.  만두 크기가 너무 작아 놀랐더니 아들이 어떤지 먹어 보라고 재촉했다. 아빠가 맛있어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나는 아들의 권유에 만두 1개를 입에 넣고 씹어 봤다. 촉촉하고 쫄깃하고 입 안에 가득 고이는 만두 육즙이 맛있었다. 혀가 둔한 나도 맛있다고 느낄 정도면 좋은 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와. 맛은 있네.

그래도 내 돈으로는 못 사 먹겠는걸.

아들이 사 준거라 더 맛있다."


나는 아들 저녁을 챙겨 주었다. 된장찌개를 데워서 그릇에 담아 주고, 밥도 떠서 주었다. 혼자서 밥 먹을 때 잠시 쓸쓸했던 기분이 아들과 함께 만두를 먹으며 금세 풀어졌다. 아들이 아빠를 생각하며 사온 만두라 더 맛있었고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다.


작은 만두 하나를 앞에 놓고 아들과 함께 웃으며 먹을 수 있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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