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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Jun 04. 2023

SNS 답글, 언제쯤 익숙해질까?

부부이야기



토요일에는 잠을 실컷 잔다. 오늘도 정오를 훌쩍 넘겨서야 겨우 눈을 떴다.  아내와 아들은 약속이 있어서 모두 집을 비우고 없었고 식탁 위에는 초밥이 있었다. 아내가 나를 위해 만들어 둔 것이다.


초밥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컴퓨터를 켰다.


블로그에 매일 쓰는 투자일기를 쓰기 위해서다.


요즘 미국 주식 시장이 ai 이슈로 인해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종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서 평소보다 관심 있게 보는 내용이 많아졌다.  주말에는 일주일간의 흐름도 파악하고 주간결산을 하는 날이라 여러 지표를 확인하고 뉴스를 빠르게 보느라 집중해서 시간을 보낸다.  


이때 아내가 지인들과 리어왕 뮤지컬을 보기 위해 LG아트센트에 도착했다고 SNS 글이 올라왔다.


나는 알림 글만 보고 블로그 작업에 집중했다. 몇 주 전부터 오늘 뮤지컬 보러 간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후 6시가 지나서 아내는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간다는 메시지를 또 올렸다. 이때는 아들들이 답글을 올렸다. 나는 또 답글을 쓰는 타이밍을 놓쳤다.


아내가 늦는다는 이야기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라면 하나 끓여서 점심때 먹다 남은 초밥과 같이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다.


최근 유일하게 본방 사수하는 TV드라마인 '낭만닥터 김사부3"을 보며 제자리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데 아내가 돌아왔다.


"많이 늦었네?"

"응. 뮤지컬 보고 저녁 먹고 차까지 마시고 오느라.."


나는 TV 드라마에 꽂혀 있어서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참 후 지나가며 아내가 한 마디 더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모티콘 하나 올리지 않아?"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답을 못했다.


아내는 씻고 방으로 들어가며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


나는 아내의 문 닫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아내가 SNS 답장을 하지 않아서 화가 났구나!"




나는 SNS 답장하지 않는 것으로 혼나는 건 이번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도 아들이 올린 문자 내용에 답변을 하지 않아서 아들이 뭐라고 한 적이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전에도 아내가 이 일로 섭섭함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나는 회사 단톡 방의 문자에도 꼭 필요한 것 아니면 형식적인 답장은 하지 않는다. 매 번 아내에게 혼나는데도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단톡방에서, 또는 개인톡으로 질문이 아닌 그냥 자신의 생각, 느낌, 위치를 공유할 때 답장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는 것이 나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나의 안부를 올리는 것에 누가 반응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섭섭함을 느끼지 않아서 다른 사람 마음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SNS 에티켓에 적응하려면 아직도 나는 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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