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치카치카치카ㅏ카캌카ㅣ차카차ㅣ카칰
어렸을 때부터 양치질을 제대로 하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습니다. 333법칙이니 뭐니 하는 데에는 관심도 없었고, 혼나거나 구취가 난다고 놀림받기 싫어서 양치질을 했지요. 지금은 이에 문제가 생길 때 들어갈 돈이 무서워서 합니다. 건강이나 평판 모두를 지키려면 쓸데없는 소비가 없어야 할 테니까요. 게다가 어머니 쪽이 대대로 이가 약해서 더 무섭더군요. 그래서 양치질을 할 때마다 속으로 이 한 개당 들어갈 돈의 액수를 열심히 되뇌면서 꼼꼼히 이를 닦으려고 노력한답니다. 치실도 자주 사용해서 치석이 끼지 않도록 하고요. 이렇게 닦아도 결국 망가질 때가 되면 망가지겠지만, 치과에 가는 고통과 돈이 증발하는 고통은 최대한 늦게 겪었으면 합니다.
모디에게 양치질이란 그저 반복되는 하루 일과 중 가장 싫은 일일 뿐입니다. 스스로 하려고 하지도 않고, 돈이 든다는 개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양치질이 대체 무엇인지조차 모를 테지요. 그냥 집사가 작대기를 입에 밀어 넣고 이를 문질러 대는, 아주 거추장스러운 일이겠지요. 더구나 그것이 끝난 다음엔 무언가가 입 안에 칙칙 뿌려지는데, 극도로 싫어하는 청량한 향이 납니다. 모디는 언제나 텁텁하고 비릿하고 짭짤한 향만을 좋아하기에 그런 종류의 향들은 정말 불쾌해하거든요. 7년을 매일 그렇게 양치질을 하면서도 전혀 적응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모디의 양치질은 잠들기 직전에 이루어집니다. 벌써 선잠이라도 자고 있으면 우선 우연을 가장한 채 잠을 깨워야 합니다. 잘 자고 있는데 칫솔이 입에 갑자기 들어오면 누구라도 화가 날 테니까요. 아무리 양치질이 중요해도 그런 결례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깨어나서 눈을 슬그머니 뜬 모디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른손으로는 궁둥이를 받쳐 들고 왼손으로는 겨드랑이를 잡은 다음 팔을 교차시켜서 다리 위에 올려놓습니다. 춥춥이 예비동작과 비슷하지만 이 경우에는 아예 벌러덩 눕힌다는 점이 다르답니다. 그러면 모디는 앞발을 살짝꿍 접은 상태로 눈을 크게 뜨고 저를 바라보는데, 마치 또 이 난리를 칠 때가 왔냐고 묻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발 오늘만 넘어가 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지요. 육두문자가 섞인 것 같은, 낮은 꾸우웅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디가 완전히 누워 있으면 포실포실한 뱃살과 털이 더 잘 보이긴 하지만, 이때만큼은 만져 대고 싶은 유혹을 좀 접어 두어야 합니다. 작정하고 골탕먹이려는 상황도 아니고, 가뜩이나 화를 내기 일보 직전인데 만지기까지 하면 일을 더 키우기만 할 뿐이니까요. 뒷발차기를 정타로 맞기 딱 좋은 자세이기도 하고요.
이제 누운 모디의 밑으로 왼팔을 밀어 넣어 자세를 안정시킨 다음, 잠깐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둥기둥기 얼러서 모디가 진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디가 잠깐 멍해진 기색이 보이면 등 밑에서 왼손만 빼 치약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칫솔을 잡는 동시에 뒷발차기를 막기 위해 오른팔을 뒷다리 위로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왼손을 다시 빼서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는 모디의 왼쪽 입을 벌리고 이를 드러내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는 모디의 턱을 눌러 머리를 고정시킨답니다. 그리고 치약을 짜서 바로 모디 입 속으로 칫솔을 직행시키지요.
우선 왼쪽 어금니와 송곳니, 앞니의 절반을 구석구석 문질러 주는데, 당연히 저항이 돌아옵니다. 칫솔을 학캭캭 소리를 내면서 씹기도 하고, 혀로 밀어 내려고도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비틀어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입 주변과 턱까지 치약이 묻기도 해요. 하지만 7년 동안 이를 닦인 집사의 노하우는 결코 허투루 쌓인 것이 아니랍니다. 칫솔모로 싹 쓸어서 묻은 치약까지 안에 발라 주기 전에는 모디가 벗어날 길은 없습니다. 참, 칫솔 손잡이를 모디 얼굴 쪽으로 하고 닦아야 이에 칫솔모가 걸리면서 입 밖으로 빠지지 않게 된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모디를 잘 고정시켜 둘 수 있지만, 오른쪽 양치질을 할 때는 신체 구조상 오른팔이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뒷다리를 잡아 줄 수 없게 됩니다. 다시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치약을 짜고 왼손으로 이를 드러낸 다음 팔을 조금 더 올려 오른손으로 양치질을 해 주는데, 이때 빠져나온 뒷발이 오른팔 안쪽에 걸쳐지면서 그 부분을 뒷발로 힘껏 밀어내거나 걷어차는 경우가 생깁니다. 발톱에 닿으면 몹시 아프니,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오른팔을 제 몸통에 꼭 붙이고 뒷발을 그 사이에 끼워 두거나 팔꿈치로 뒷다리를 아래로 밀어 내리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답니다. 번개같은 속도로 입 안 여기저기를 문질러 주고 나면, 모디는 혀로 짭짭 소리를 내고 씩씩거리면서 치약의 느낌을 잊으려고 애를 씁니다. 저런다고 치약 맛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꿀꺽꿀꺽 침까지 삼켜 가면서 쓸모없는 노력을 다하지요.
하지만 양치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취제거제를 뿌려 주어야 하거든요. 사실 이 시간은 몹시 즐겁습니다. 끝난 줄 알았지만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모디가 짓는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의 어 뭐야 이거, 하는 표정을 보는 것은 미안하긴 하지만 아주 신나는 일이랍니다. 모디는 구취제거제를 치약보다 배는 싫어하는데, 상표에 그려진 강아지는 상쾌하기 그지없다는 얼굴로 함박웃음을 띠고 있어서 기분이 묘합니다.
구취제거제를 뿌리기 전에 모디가 몸부림을 치면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다할 때도 있어요. 이때 마음이 약해져 버리면 그날 양치질은 거기서 끝나 버리니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 하지요. 우선 모디의 이 사이로 왼쪽 엄지손톱을 넣고 검지손가락으로는 윗입술을 들어 올리는데, 모디는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잇몸이 다 드러나도록 힘을 주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게 됩니다. 입이 적당히 벌려지는 순간을 노리는데, 구취제거제를 분사하는 구멍이 들어갈 정도면 충분하답니다. 입이 닫히지 않도록 손가락을 이 사이에 넣은 채로 두고 연속 세 번 정도 칙칙칙 뿌려 준 직후 손가락은 얼른 빼야 합니다. 잘못하다가는 울화통이 터진 모디가 무의식적으로 세게 깨물어 버릴 수도 있거든요. 구취제거제가 잘 뿌려지고 나면 모디는 다시 혀로 온 입 안을 핥고 헥헥댑니다. 5초도 걸리지 않는 이 일이 그렇게도 싫을까요.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지 뚱해진 모디를 안고 조금 더 곯려 줄 수도 있고, 바로 놓아 줄 수도 있답니다. 이렇게 하면 모디에게 5초가 아니라 5세기와도 같았을 양치질이 전부 끝납니다. 이제 모디가 괴로운 기억을 잊고 다시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주면 되지요.
모디는 치약과 구취제거제의 냄새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얼굴 앞에 갖다대기만 해도 목을 쑥 집어넣으면서 피하다가 끝내 도망가 버린답니다. 집사에게 한창 패악을 부리면서 깨물다가도 치약이나 구취제거제를 갖다대면 바로 잠잠해지지요. 자기가 참아야 더러운 꼴을 덜 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그렇게도 싫어하는 양치질을 되도록 매일 해 주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모디가 치주질환으로 고생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말 못 하는 털짐승은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집사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그저 저와 동거인이 알아서 눈여겨보고 몸상태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요. 그나마 치아 건강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치주질환도 조금만 신경쓰면 예방이 되니 이거라도 열심히 해 줄 수밖에요. 완벽하게 막아줄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 어떤 병도 없이 늘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집사들의 마음을 저 뚱뚱한 불량배가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료를 우걱우걱 큰 소리로 씹어먹는 모습을 보면 지금은 이에 별 문제가 없는 듯하니 앞으로도 꾸준히 관리를 잘하면 모디는 무엇이든 맛있게 먹고 아프지 않아도 되겠지요. 날이 갈수록 제 양치질 노하우도 발전할 테니 양치질 시간이 보다 더 편하고 빠르게 지나가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