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입는지는 결국 나만 안다.
47, 48, 49, 50, 51, 52… 드디어 체중계 숫자가 54kg을 찍었다.
나이 들수록 몸은 은근히 ‘부피 성장’을 한다. 어느 날 문득, 예전보다 몸이 무겁게 느껴질 뿐 아니라, 제일 먼저 티 나는 건 바로 옷. 단추가 뻑뻑해지고, 치마가 올라가고, 바지허리가 안 맞는다.
결국 “옷을 사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생겨버렸다.
그 순간, 그동안 눌러 놓았던 소비 욕구가 터졌다.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장바구니에 옷을 가득 담아 놓고, 며칠 동안 고르고 또 고르다 결국 결제를 눌렀다.
쇼핑은 언제나 스트레스가 있는 즐거움이다. 어쩌면 그것도 일종의 중독일지 모른다.
그런데... 새로 산 옷과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옷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묘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고 출근 준비를 하다가, 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남을 의식하고 있었나?’ 싶어 어제 같은 공간에 있던 팀장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떠올려보았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다. 내가 뭘 입었는지는, 결국 나만 안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6년 전쯤,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나서였다.
그 책의 저자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면서 자신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되었으며, 소비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라고 했다.
또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 같은 미니멀리스트들의 단순한 복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들은 옷이라는 선택을 단순화함으로써 더 중요한 일에 집중했고, 그 덕분에 삶이 본질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덜어낼수록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 그때부터 내 안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지금 내 옷장에 걸려 있는 옷들은, 어쩌면 나보다 오래 살지도 모른다.
도무지 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옷을 새로 사는 대신, 체중을 줄이는 게 더 낫겠다 싶어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고, 덕분에 식사 준비도 간단해졌다.
나이 들수록 미니멀 라이프 하나 더!
퇴직을 앞둔 지금, 나는 더 가지는 대신,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새로운 물건 대신, 비워진 자리에서 들려오는 공간의 숨결을 선택한다.
이것이 내가 준비하는 노후의 방식, 그리고 나의 미니멀 라이프이다.
노후 준비도 이와 닮아 있다.
덜어내야 더 중요한 것들이 보인다.
시간, 돈, 그리고 마음의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분명해진다.
이 작은 습관이 쌓이며 내 삶은 점점 단순해졌다.
단순해진 만큼, 마음에는 여유가 생겼다.
오늘도 비워내는 연습을 한다.
삶이 가벼워졌고, 시간과 비용은 줄었으며, 나는 조금 더 단정한 내가 되어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는 아니지만,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싶다.
나이 들수록,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나이 들수록 미니멀하게,
단순하게.
그리고 더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