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아닌 궁금함으로 시작되는 첫 만남
3월 개학 첫날. 올해도 나는 새로운 교실 문을 연다.
벌써 열네 번째 봄이지만, 이상하게 이 날만큼은 늘 마음이 분주하다.
설렘과 긴장, 그리고 책임감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래서 이 하루를 늘 작전처럼 준비한다. 그날 내게 주어진 미션은 두 가지.
하나, 나를 궁금하게 만들어라.
둘, 맨 끝 자리에 앉은 아이들과 교류하라.
처음 마주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조심스럽다. 낯설고 경계하는 듯한 표정들.
‘우리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그 눈빛이 두려움이 아니라, 궁금함이었으면 좋겠다.
친절하지만 만만하진 않고, 카리스마가 있지만 두렵진않은, 그 중간 어딘가의 균형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보여주지 않는다. 조금은 궁금한 사람으로 남는다.
아이들 앞에 몇 장의 사진을 띄운다.
‘14’, ‘만타 가오리’, ‘축구공’.
웅성거림이 시작된다.
“14살인가 봐! 엥??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무슨 뜻인 거지??"
“축구 좋아하시나 보다!”
조금 지나면 누군가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 축구 좋아하세요?”
“정답! 선생님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어.”
그 순간,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누가 봐도 축구를 좋아할 것 같은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선생님, 나중에 축구 한 판 해요!”
“좋지. 근데 선생님이 이길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슬며시 올라가는 아이의 입꼬리. 우리는 그렇게 첫 대화를 나눈다.
“그럼 만타 가오리는요? 좋아하는 동물이에요?”
“응, 선생님은 바다를 탐험하는 걸 좋아해. 스킨스쿠버도 배웠어. 나중에 상어랑 마주친 얘기 들려줄게.”
“헐, 진짜요? 말도 안 돼~!”
앞자리에 앉은 아이가 소리치고, 교실에 웃음이 퍼진다. 대화가 하나둘 이어지면, 아이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린다.
‘우리 선생님, 생각보다 재밌는 분일지도 몰라.’
며칠 뒤 학부모 상담 주간, 한 어머님이 웃으며 말한다.
“선생님, 저는 남자 선생님이신 줄 알았어요.
아이가 와서 축구, 스킨스쿠버, 패러글라이딩 얘기만 해서요. 호호.”
아이들이 나를 궁금해하게 만드는 일.
그건 내가 교실에서 살아가기 위한, 꽤 유용한 첫걸음이다.
‘첫날은 무섭게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아이들 마음속에 이렇게 남고 싶다.
‘우리 선생님, 도대체 어떤 분이지?’
아이들이 나를 알고 싶어지면 자연스럽게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열린 교실에서는 교사도 아이도, 조금 더 편하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다.
3월의 첫날. 그 하루를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그해 교실의 온도가 정해진다고 믿는다.
올해도 나는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두려움이 아닌 기대를 보고 싶다.
그리고 말 없는 질문에 조용히, 이렇게 대답해 본다.
“얘들아, 우리… 재미있는 한 해를 함께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