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9
차 한잔을 만들어 책상 앞에 앉는다.
투명 유리컵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보며 시간을 멈춰 세운다.
의식의 심연으로부터 본연의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햇빛이 비추는 나지막한 산허리의 오솔길을 느리게 걷는다.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는 작은 새의 속삭임에 화답하고,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키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 이름 모를 들풀,
그 존재의 비장함 앞에 고개를 숙인다.
굽이굽이 연이어진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생각한다.
참 좋구나.
김이 사그라든 컵이 보인다.
차가 식어 있다.
뜨겁지는도 차갑지도 않다.
마시기에 적당할 만큼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