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발렌타인

2024.02.15

by 배고픈 애벌레

한국에서는 연인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과 꽃을 주는 날로 발렌타인데이를 보낸다. 그러나 오늘날 서구에서는 성별이나 연예와 상관없이 2월 14일이 되면 카드나 초콜릿 등의 작은 선물을 나누며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애정을 표현한다.


아침부터 친구들에게 줄 카드와 사탕, 초콜릿 등을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한가득이었다. 작은 카드에 하트 모양 초콜릿을 붙여 무심히 건네는 사무엘을 불러 꼭 안아주고 "해피 발렌타인"하고 말했다. 카드 위 삐뚤빼뚤하게 쓰인 알라뷰라는 글씨가 귀여워서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빨간색 티셔츠에 하트가 그려진 레깅스를 입고 들어오는 클로이는 머리스타일까지 하트 모양이다. 두 갈래로 땋은 머리를 둥글게 말아 올려 분홍색 리본을 단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웠다. 책상을 덮을 만큼 커다란 종이를 펼치고 빨강, 분홍, 하얀색 물감을 풀어 발렌타인데이 현수막을 만들어 붙였다. 또 알록달록 구슬을 실에 꿰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팔찌, 목걸이, 열쇠고리를 만들었다. 발렌타인 쿠키라며 하트 모양틀로 점토를 찍어내는 아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교실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주고받은 사탕과 카드가 가득 담긴 종이가방 하나씩을 든 아이들의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돌았다. 막대사탕을 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어떻게든 먹고 말겠다는 간절함이 담겨있었다. 개구쟁이 에반은 커다란 사탕 하나를 잽싸게 입에 넣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도 참지 못하냐고 나무랐더니 자신은 ADHD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바람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행복감에 들뜬 아이들을 책상 앞에 붙들어 앉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캐나다의 이월은 겨울 중에도 가장 눈이 많이 오고, 추운 달이다. 찬란한 봄을 품에 안기 전에 치러야 할 엄격한 통과의례와도 같다. 길고 추운 겨울의 끝자락, 이월의 중간에 발렌타인데이가 있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과 사랑, 부드러 손길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부는 겨울을 지나고 있을 때이다. 교실 가득 부유헸던 행복한 공기 입자들이 한 발 앞서 우리들의 마음에 봄기운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해피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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