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래요?

2024.04.18

by 배고픈 애벌레

며칠째 내리던 봄비가 그쳤다.

탁하고 무거운 암막 커튼이 드리워진 창처럼

하늘은 온통 회색 구름으로 덮여 있다.

손을 넣어 욕조 안의 거품을 걷어내듯 구름을 헤집어 감춰져 있는 해를 꺼내고 싶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해와 달과 별들은 빛을 던지며 쉼 없이 운행하고 있다.

그 빛이 지구 대기와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새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쉴 새 없이 지저귀며 바쁘게 움직여 자신들의 안식처를 찾아 옮겨 다닌다.

문을 열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우중충한 하늘에서 언제 다시 비가 쏟아질지 알 수 없다.

종종걸음으로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렀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나오며 상쾌한 아침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하늘은 여전히 햇빛 한 점 새어 나오지 않은 채 굳게 닫혀 있다.

그러나 나는 손끝으로 느껴지는 커피의 온기를 힘입어 음산한 잿빛 하늘에 구멍을 내고

그 사이로 한 줄기 빛을 찾아 마음에 담는다.

나는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진정한 커피의 맛도 알지 못한다.

그저 내게 주어진 하루를 선물이라고 느끼고 싶을 때,

평범한 하루를 조금이나마 특별하게 만들고 싶을 때,

바쁜 일상에서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커피 한 잔을 사서 두 손으로 감싸 잡는다.

단돈 2불로 만족과 안도, 기쁨을 살 수 있는 하루에 감사하며 옅은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어둠이 걷히고, 화창한 봄날을 맞이한 듯 싱싱한 활기가 온몸을 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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