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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Apr 27. 2024

여행의 시작

#프롤로그

요즘 남편은 퇴사를 하고 바이크 라이딩 맹연습 중이다. 약 한달 안에 우리나라를 한바퀴 돌려면 하루 100~150km는 최소 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래서 미리 장거리 라이딩에 숙해지기 위해(라는 핑계로) 거의 매일 이웃 도시들로 이크를 타고 연습(삼아 나들이를) 간다. 어느 날은 혼자 보령까지 가서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오기도 했다. 


예전부터 남편은 바이크로 우리나라를 일주하고 싶어했다. 세계여행보다도 국내 바이크 여행이 더 기대된다고 할 정도다. 사실 나도 그렇다. 지난 신혼여행에서 바이크의 맛을 알아버려서일까.


원래는 세계여행도 바이크를 데리고 갈까 했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이륜차 카페에 가입도 해보고, 바이크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유튜버들의 영상도 찾아보았다. 코로나 이후 얼마간 중단되었던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톡을 왕복하는 카페리가 운행을 재개한다고 하여 하늘이 우릴 돕는구나 하기도 했다. 객회사에 연락해 미리 바이크를 태우는 데 드는 비용도 알아둔 상태였다. 사람을 태우는 것보다 비싸서 속이 좀 쓰리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바이크를 옮길 방법이 있다는 데 감사하며.  

근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유라시아 대륙 횡단까지는 무리 없을지 몰라도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바이크를 또 옮겨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또 한가지는 보험이었다. 나라를 옮길 때마다 바이크에 대한 보험을 는 것도 하자면 할 수는 있겠지만 쉬운일은 아닐 터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 우리는 최대한 가볍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여행을 즐기는 것이 목표인데 바이크를 챙기다 보면 자칫 거추장스러운 혹을 붙이고 다니는 느낌이 들진 읺을까 우려되었다. 게다가 외국을 다니다보면 치안이 안좋은 곳도 많아 바이크 도난이나 파손에도 더욱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리하여 바이크가 주는 이동의 자유로움 대신 우리는 몸의 자유를 택하기로 했다. 번에는 배낭도 큰 것 말고 적당한 크기로 꼭 필요한 것들만 안에 챙겨서 달랑달랑 들고 갈 생각이다. 바이크로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유라시아 횡단만 따로 계획해서 해보고 싶다.


이렇게 바이크 세계여행 계획은 '배낭만 달랑달랑' 계획으로 선을 바꿨다. 그리고 그 아쉬움을 풀어줄  하나의 플랜이 바로 국내 바이크 일주였던 것이다. 이건 세계여행을 마음먹기 전부터 우리가 꼭 한번은 해보자고 벼르고 있던 목표 중 하나였는데 긴 휴가를 낼 수가 없어 미루고만 있던 참이었다.


그랬던 우리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남편도 일을 그만두었고 나도 이번달을 끝으로 퇴사를 앞두고 있는 바로 지금!


여행의 시작은 앞으로 일주일 후로 예정중이다. 출국 전 며칠의 여유를 남기고 집에 돌아와야 하니 국내 일주에 주어진 시간은 대략 20일. 아 지금보니 한달이 훨씬 안되네. 조금 서둘러 순조롭게 다니면 가능할 것이고 어쩌면 여러 변수들로 인해 한바퀴를 채 못 돌고 돌아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애초에 숙제처럼 달성을 목표로 떠나는 여행은 아니기 때문에. 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다닐 생각이다.


한달 뒤에 시작할 세계여행도 마찬가지다. 발빠르게 알찬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가능한 한 무계획의 즐거움을 누리기로 했다. 상 해야할 것 투성이였으니 이 시간만큼은 '꼭 하지 않아도 큰일나지는 않는 것'을 가끔은 흘려보내기도 하면서 너그럽게 여행하고 싶다. 어쨌든 즐겁기만 하면 장땡 아니겠는가. (물론 무계획이라는 게 말 그대로 계획이 전무한 것을 뜻하진 않는다.. 여행시작 이후 얼마간의 경로는 꼭 미리 짜두어야 하고 그에 따라 교통편 정도는 예매를 해두면 경비를 꽤 아낄 수 있다. 장기여행이니 주머니 사정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바이크의 진오일깨끗한 것으로 갈았다. 비는 끝났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으로 새롭게 더해지는 주행 km수에 어떤 추억들이 쌓여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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