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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04. 2024

가벼울수록 좋다

#0일차

한번씩은 캠핑도 즐기고 겸사겸사 예산도 줄여보려고 텐트를 가져가기로 했다. 트 등을 싣기 위해 바이크 뒤에 연결하는 보조짐대를 온라인으로 구매해둔 상태였다. 후기를 보니 늦어도 3일 안에 도착한다고 하여 마음 놓고 있었는데. 웬걸. 택배가 분실처리되어 새로운 제품으로 재발송 하겠다는 연락을 매업체로부터 받았다.

"저희 근데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출발해야 하는데요오.. 오늘 안에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죄송합니다만 가장 빨리 발송할 수 있는 시간이 오늘 오후라서요. 내일 아침에 도착할 수도 있지만 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

이런. 쩔 수 없다. 혹여 내일 아침에 극적으로 문앞에 물품이 도착해있다면 바로 바이크에 설치를 해서 떠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면서도 우리는 이참에 하루 더 쉬라는 계시인가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황열병 접종을 한 직후라서 하루 정도는 쉬어주는 게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접종 후 발열, 발적, 근육통, 두통 등이 생길 수 있다고 하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꿀잠을 자고 여느때 못지않게 상쾌한 몸으로 눈을 뜬 우리. 주사맞은 팔뚝이 아플 도 한데 팔을 휙휙 돌려도, 바늘이 들어갔던 자리를 꾹꾹 눌러봐도 아무렇지 않다. 제 주사를 놓아주시는 간호사 선생님 실력이 범상치 않더라니. 마치 화살을 쏘듯이 찌르던 그 빠르고 정확한 손길에 예방접종은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끝났고 나와 남편 모두 감탄을 숨기지 못했. 남편 'you are so good'이라며 날린 엄지척에 간호사 선생님은 굉장히 뿌듯해하셨다. 사를 잘 놓아주셔서인지 아니면 우리 몸이 둔해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리 몸은 '어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부작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그렇다고 너무 안심해선 안된다. 2주 내에는 늦게라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 것).


보조 짐대는 이른 아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늘 오전 중에 도착을 했다. 신 부작용도 없겠다, 르게 짐대를 설치하고 가방을 싸고 짐을 싣는다고 하면 오후 2~3시쯤에는 출발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음..하지만 너무 서두를 바에 그냥 천천히 준비 하고서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훨씬 낫. 무엇이든지 조급하면 탈이 날 수 있기에.


우리는 피를 마시고 나서, 천천히 짐대를 고정시키고 짐도 챙기고 집도 한번 더 청소했다. 방은 큰 배낭 하나만 가져가기로 했다. '무조건 적게 담는다'를 되뇌면서 챙겼는데도 다 싸고 보니 너무 무거웠다. 가방을 짐대에 실을 거라, 짐대가 버틸 수 있는 최대하중을 고려해서 정말 필요한 것 외에는 하나둘씩 빼기 시작했다. 상약 중에 굳이 없어도 되는 건 뺐다. 유리병에 들었던 약이라 무게가 꽤 나갔다. 수건도 가벼운 것만 두개 남기고 뺀다. 물티슈도 다시보니 너무 크다. 과감하게 빼기. 닷가에서 신으려고 챙긴 샌들 두켤레 은근히 무거워 바이크에 따로 싣기로 했다. 또 뭘 뺄 수 있나..

이렇게 조금씩 줄이니 짐이 한결 가벼워졌다. 담을 때는 쉬웠는데 덜어낼 때는 그보다 오래 걸렸다. 상 욕심껏 채우려고만 하면서 살아서인지 비워내는 게 쉽지 않다.


바이크의 앞, 옆, 뒤에 짐들을 로프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제 정말 준비 완료다. 예기치 않게 하루 미뤄졌지만 마저도 여행의 일부이다. 주말에는 비소식이 있던데 우비도 챙겼고 빗속에서 달리는 게 처음은 아니라 주저할 건 없지만, 다만 너무 퍼붓지는 않기를 바라본다.

로 내일이 출발이라니. 렘과 긴장이 뒤섞여 오늘은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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