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메이트 Jul 17. 2024

21세기의 이븐 바투타를 꿈꾸며

프롤로그

"정말 이게 가져온 전부예요..?"

세르비아에서 우리를 두밤동안 재워준 호스트 '파벨'은 마지막날 집을 나서는 우리를 배웅해주다 깜짝 놀란다.

"네 하하. 이게 다예요."

등에 꼭 맞는 배낭 하나씩에 중요물품이 들어있는 보조가방 하나. 되도록 단출하게 챙기려고 노력했음에도 지금 다시 가방을 열어보면 조금 더 뺄 수도 있었는데 싶다.

장기여행이라고 해서 가방까지 커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장기여행일수록 가벼운 어깨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먼곳까지 누비기 위해서다.

많이 비운만큼 많은 것을 새로 채워올 수 있다.

여행가방은 잠시 쉬어갈 때 베개로 삼기에 알맞은 크기라면 딱 적당한 것 같다.



이탈리아에 마르코 폴로가 있다면, 14세기 모로코에는 '이븐 바투타'라는 여행가가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거쳐 이베리아 반도를 건너 아시아까지 탐험하 세계의 문화를 접했고 종교적 견문을 넓혔다.

남편은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길 좋아하여 동네에서 이븐 바투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명에도 가속력이 있는지 라면서 여행의 범위를 점점 넓혀나고 지금도 현재진행중이. 편의 오랜 꿈은 세계여행이다.

나는 후천적 역마직성이지만 역시 남편과 같은 꿈이 있다. 

결혼 후, 이 두 꿈이 합하여 시너지를 일으킨 것인지 리의 열망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결혼 2년차에 한번 같이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쉽지만 모든 곳을 가지는 못한다. 시간의 제한도 있고 예산상의 제한도 있지만, 가장 큰 제약은 국가간의 갈등과 분쟁으로 인해 출입이 허가되지 않는 경우이다.



종종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한다. 왜 애초에 국경이 생겨났을까. 언제, 어떠한 이유로, 어떻게. 이 세상을 조각내는 작업이 시작되어 온 걸까.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지만, 인간들은 무얼 위해 서로를 끊임없이 사냥하는 걸까.


세계가 하나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이 누구나 가고 싶으면 지구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아마도 그런 세상오지 못할 것이. 러나 여행을 하는 중에는 최소한 우리와 비슷한 소망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꽤 여럿을 말이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불합리와 폭력과 허영에 찬 세상 말고, 그 에 가려진 진짜 상에는 서로 양보하고 애정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떤 것이 '진짜'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가 직접 두발로 걸어다니며 눈으로 본 것이 진짜라고 믿고 싶다. 그 모든것들이 아직 지구가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증명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래서 더 멀리 가고 싶고, 더 자세히 보고 싶다.


그게 우리가 여행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