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가?
스페인- 세고비아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두 시간 거리에 세고비아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수도교로 이름이 나서 마드리드 근교 여행지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국적 풍경의 세고비아 가는 길
수도교. 말 그대로 물을 실어나르는 다리이다. 직접 보기 전엔 그것이 뭐 특별할 것이 있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실물을 보면 입이 쩍 벌어져 다물리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을 걸으면 얼마 안가 세고비아 수도교가 눈앞에 장대하게 등장한다.
세고비아 수도교
옆의 계단을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그 규모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 다리가 어떻게 물을 나른다는 것일까?
수도교는 멀리 떨어진 수원지에서부터 마을까지 이어지게 만든 구조물로, 미세하게 마을 쪽으로 기울어지도록 설계하여 물이 자연스레 이송되도록 만든 다리이다. 다리의 맨 윗부분에 물이 흐르는 수로가 있다고 한다.
놀라운 건 무려 2000천년 전의 로마시대에 이 다리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별다른 접착 재료나 나사 하나 들이지 않고 오로지 아치 모양으로 쌓은 돌들 간의 지탱하는 힘만으로 수세기를 거뜬히 버텨내는 다리를 만든 것이다.
우리의 먼 조상들이 일궈놓은 유산들을 보면 과연 인류가 진화하는 중인건지 의심스러워진다.
현대인들은 강력한 건축자재를 만들었고, 효율적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에 고심하고, 인터넷을 만들어 수초만에 정보를 공유하고, 심지어는 인공지능까지 개발하여 소위 '스마트'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첨단기술에 익숙해져 어쩌면 인류 고유의 지혜로움은 잃어가는지도 모른다. 만일 하루아침에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원시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특히 극강의 편리함을 누리며 자란 젊은 세대는 과연 고대인들처럼 사유할 수 있을까?
남편과 바이크를 타고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에도, 천년 혹은 그 이전의 유적을 보고 있자면 어김없이 이런 의문이 들곤 했다. 그리고 지금, 수도교를 보면서도 같은 의문을 품게 된다.
현재의 풍요를 누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 스스로 경계하고 겸손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너무 멋있어서 여러 방향에서 찍어보았다.
수도교를 지나 계단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성당과 광장이 그 옛날의 모습을 간직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 세고비아를 찬찬히 몇걸음 더 걸어다닌 뒤에 해가 기울어질 즈음 마드리드로 돌아갔다.
멀찍이서 내려다 본 세고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