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대명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마 언덕길로 지나가는 노란색 트램일 것이다. 성당 앞의 널찍한 도로부터 트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까지, 리스본의 트램은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엽서에서 본 것처럼 예쁜 트램 풍경을 담기 위해 이길 저길을 발바닥이 얼얼할 때까지 돌아다니며 사진을 남긴 결과, 트램을 찍은 사진만 수십장이 넘었다.
그중 가장 잘 나온 것 같은 사진을 골랐다.
빨간지붕의 집들과 항구에 떠있는 크루즈가 감수성을 자극한다.
전망대 옆의 작은 정원에서
리스본에 오면 꼭 해야하는 것 중 하나로 '에그타르트 맛보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에그타르트는 리스본 중심지에서 버스로 20여분 떨어진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과거에 수도원의 수녀님들이 세탁물에 풀을 먹일 때 달걀 흰자를 쓰고서 남은 노른자로 에그타르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지금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옆에 '파스테이트 드 벨렝'이라는 빵집에서 맛볼 수 있다. 이곳은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로, 에그타르트를 구매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만큼 인기가 많다.
우리는 아무리 맛집이라도 줄 서서 기다렸다가 먹는걸 굳이 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곳의 에그타르트는 워낙 명성이 높아 기꺼이 줄을 섰다.
몇년 전 엄마랑 리스본에 같이 왔었는데 그때 엄마가 이 에그타르트를 드시고 극찬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처음에 '에그타르트가 아무리 맛있어 봐야 에그타르트겠지'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엄마가 인정한 맛이라고 알려줬더니 그럼 꼭 먹어봐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줄은 빨리 줄어들어서 금방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린 6개짜리 한 상자를 사서 나눠 먹기로 했다.
남편이 먼저 맛을 보았다. 한입 먹자마자 남편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진짜 맛있어!!"
그러더니 5분만에 두개를 더 먹어치웠다.
밥먹은지 얼마 안돼 입맛 없다면서 작은 상자 하나만 사자고 하더니 눈 깜짝할 새에 절반을 먹냐..
먹는 데에 집중하느라 정작 타르트 사진은 찍질 못했다. 식감과 맛을 묘사하고 싶은데 표현력의 한계에 부딪힌다. 타르트의 겉면은 씹으면 바삭하게 아주 얇은 감자칩처럼 부서지고, 중앙의 크림은 입에서 녹아 사라지는 것처럼 부드럽고, 그 맛이 억지스럽게 단 맛이 아니라 질리지 않아서 공복에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맛이라고 해야 하나. 6개짜리 상자를 사면 12개 이상 살걸 하면서 후회하는 맛이라고 해야 하나.
원조 에그타르트를 먹은 기념으로 빵집 안에서 포즈를 한번 잡아보라고 했더니,남편은 파스테이트 드 벨렝의 홍보대사라도 된 것처럼 다소 상업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미소를 활짝 띠며 에그타르트 상자를 받쳐 들었다.
이로부터 두달이 지난 오늘까지도 남편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그 어떤 것도 아닌 에그타르트를 꼽는다.
"그건 나의 인생 에그타르트였어."
하필 이날 입은 옷의 색깔까지 빵집의 이미지와 어울려 정말 홍보모델같아 보인다.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