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송크란 축제 (방콕)
매년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송크란은 태국의 전통적 설날이다. 이 날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물 뿌리기 행사에 있다. 송크란 기간에 물을 뿌리는 것은 서로 나쁜 운을 씻고 새해의 복을 빌어주는 의미이다. 송크란 축제의 물 뿌리기는 그냥 대충 물 몇 줄기만 뿌리고 마는 것이 아니다. 태국인들은 진심을 다하여 이 축제를 준비한다.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물총을 저마다 손에 들고, 집집마다 가게마다 큰 양동이에 호스로 물을 받아둔다. 트럭에 타고 물총으로 무장하여 물싸움을 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한 무리의 사람들, 미리부터 흠뻑 젖을 각오로 수영복을 입고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그 사이에 섞인 여행객들도 한데 어우러져 즐긴다. 오직 송크란 축제 참여를 위해 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다수이다. 우리도 그중 하나였다.
아래의 링크는 태국에 거주 중이신 루미상지 작가님의 글이다. 현지분들과 밀접하게 교류하시며 쓰신 글이라 내용이 알차고 송크란 축제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글이라 생각되어 공유해 본다.
https://brunch.co.kr/@sgcw0121/68
네팔에서 태국행 비행기표를 끊은 것은 단지 가장 저렴한 티켓이었기 때문만은 아니고, '송크란'이라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마침 4월이겠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세계 최대의 물축제를 즐길 수 있겠나 싶어 얼른 날아갔다.
늦은 저녁 도착한 방콕은 3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도로를 빽빽이 채운 바이크들, 빨간 우체통을 닮은 옛날 버스, 어딜 가나 줄지어 서있는 노점들에서 풍겨온 달짝지근한 팟타이의 냄새, 후텁지근한 몬순지대의 공기, 태국 특유 귀여운 억양의 말소리가 들려오는 거리.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방콕의 중심 카오산로드는 내일부터 시작될 송크란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벌써부터 물총을 꺼내든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태국 대표 유흥의 거리인 카오산이지만 오늘 밤 이곳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술이 아니라 물총과 방수휴대폰케이스다.
다음 날, 카오산로드엔 이날만을 기다린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물놀이를 하고 있다. 송크란이 되면 일상은 잠시 멈추고 모두 축제에 집중한다. 물을 뿌리는 사람도, 물을 맞는 사람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날만은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되어 장난스레 웃으며 서로 물총을 쏜다. 새해에는 더욱 복이 넘쳐 흐르도록 기쁜 마음으로 물을 뿌리고 맞는다. 음식점들은 호객도 할겸 행인들에게 물총에 채울 물을 싼값 혹은 무료로 제공한다. 양동이에 물을 가득 받아두고 얼음까지 동동 띄워 시원하게 유지한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바가지로 물을 떠 촤르륵 끼얹기도 한다. 한창 무더운 시기인 4월 태국의 열기도 물벼락 한번에 다 씻겨 내려간다.
해맑은 아이들과 물을 쏘며 놀 때가 가장 재미있다. 송크란은 어른과 아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시간의 장벽마저 허물어 버린 것 같다. 누구나 그때 그 시절, 학교만 끝나면 놀이터로 달려가 숨바꼭질과 소꿉놀이를 하고, 체육시간 후 운동장 수돗가에서 친구들과 물을 뿌리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어르신들도 똑같은 눈높이에서 다같이 새해의 문을 연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야간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의 화장실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카오산에서 좀더 물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송크란을 보내기에 최고의 장소는 치앙마이라고들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가기 전에는 몰랐기 때문이다. 과연 치앙마이에선 어떻게 송크란을 보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