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관념을 갈아 엎는 작업이다

중국- 선전

by 소울메이트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마라탕?

꿔바오로우?

마파두?

훠궈?

아니면.. 각종 벌레를 튀긴 길거리 음식?!


**첫 사진 주의!!! 다소 징그러울 수 있는 사진이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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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있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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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묘한 간식거리(?)나, 맵고 자극적인 고추기름의 향이나, 기름을 잔뜩 넣어 번들거리는 음식들이 주로 떠오르지 않던가? 나는 그러했다. 중국음식이라 하면 먹기도 전부터 속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이라 리 즐겨 먹지 않았다. 적어도 광둥음식을 맛보기 전까진 말이다.


카우치서핑 친구 Z가 살고 있는 동네


카우치서핑으로 알게 되어 오늘 우리를 재워주기로 한 중국인 친구 Z 그의 아내 A는 우리가 짐을 풀자마자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잘 아는 음식점이 집 앞에 있어. 오늘 너희에게 광둥음식을 맛 보여줄게."


우리는 곧 집 근처 한 음식점의 야외 테이블에 넷이서 앉았다. 사장님께서는 반갑게 맞아주시며 메뉴판을 건넸다. A와 Z는 여기 단골인 듯 능숙하게 메뉴를 짚어가며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론 주문하면서 우리의 기호를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건 해산물이 들어간 죽이야. 이건 소고기를 넣어 볶아낸 면인데 이거 좋아해? 그리고 이건 계란에 무를 섞어서 부친 음식이고, 또 이건..."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을 빼곤 특별히 가리는 게 없는 우리는 다 맛있어 보여서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음식 중에 아는 것 있어?"

"음.. 만두? 중국에서 한 번쯤 만두를 먹어보고 싶었어."

"그래? 만두는 저쪽에 잘하는 집이 따로 있는데. 내일 같이 가보던가 할까?"

"좋아 좋아!"

"또 다른 음식은?"

"찌아장미엔. 한국에선 짜장면이라고 해서 한국식으로 바꾼 면을 중국음식점에서 팔곤 해."

"오, 그렇구나."

"음.. 아, 꿔바오로우도 먹어 봤어."

"~ 꿔바오로우 맛있지."


사실 A는 광둥 사람이 아니라 고향은 신장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신장에서는 주로 어떤 음식을 먹어?"

"우리는 고기를 많이 먹어. 특히 양고기나 소고기. 아주 저렴하고 맛도 있어. 신장에 가게 되면 바베큐를 마음껏 먹게 될거야."

고기라는 말에 남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신장지역에도 언젠가 놀러가야겠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음식이 나오기 전에 차가 먼저 나왔다.

"이 차는 마시라고 준 것이기도 하지만, 먹기 전에 수저를 씻는 용도로도 쓰여."

우리는 A와 Z가 하는 대로 따라 했다. 작은 꽃들이 떠 있는 찻물을 한잔 따라 젓가락과 숟가락을 씻은 다음 그 물은 옆에 있는 빈 그릇에 버린다. 그다음 빈 잔에는 새 차를 따라 마신다.


식전에 식기를 따끈한 차에 씻어내는 문화


식기를 다 씻어내자 차례대로 음식이 나왔다.

"우와~"

해산물 죽 사진은 어디로 간 건지 아니면 우리가 먹느라 찍는 것을 깜빡한 건지 찾을 수가 없지만 나머지 음식들은 아래와 같이 나왔다.

잘게 썬 무말랭이와 파가 들어간 계란전(좌측), 소고기와 청경채를 넣은 볶음면(우측)


우리나라의 오이지와 비슷한, 절인 오이



데친 모닝글로리(좌측), 새우전(우측)

결론부터 말하면 전부 다 순위를 매기기 어렵게 맛있었다. 내 취향대로 일 순위를 꼽자면 해산물 죽이지만 하필 그 사진이 없어 아쉽다. 해산물 죽은 흰 죽에 살짝 녹말을 풀었는지 약간 걸쭉했고 그 안에 야채와 새우 여러 마리가 들어 있었다. 아주 개운하고 시원한 맛. 뭐에 빗대면 좋을까.. 아, 마치 술 마신 다음 날 속을 달래주는 복어탕과 비슷한 맛이었다.

"다 너무 맛있다. 난 이 죽이 젤로 맛있어!"

"나는 이게 제일 맛있어."

남편이 새우전을 가리켰다. 름을 쫙 뺀 해물 동그랑땡과 비슷한 맛이었다.

모닝글로리를 데쳐 무친 것은 별다른 양념도 들어간 게 없어 보이는데 간간이 씹히는 간 마늘과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 잘 모르지만 고소한 기름맛이 은은하게 입안에 퍼져 별미였다. 이거 하나(랑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오이무침은 오이김치와 거의 비슷한데 고수가 올라가 이국적인 맛이 났다. 소고기 볶음면은 고기국수인데도 기름진 맛이 전혀 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계란부침은 한눈에 보면 그냥 파를 송송 썰어 부친 계란지단일 뿐인데, 한입 먹으면 오득오득 씹히는 달달한 무말랭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특별한 맛이었다.

"중국음식이라면 항상 자극적이고 기름진 것만 떠올렸는데 광둥음식은 이렇게 다르구나."

"아~ 쓰촨음식은 보통 맵고 짜고 기름지고 그렇지. 그에 반해 광둥음식은 담백 것이 특징이야. 맛이 어때?"

"너어무 맛있어서 자꾸 먹고 싶어!"

빈말이 아니라 여행 중 먹었던 어떤 음식보다도 광둥 음식이 내 입맛에는 잘 맞았다. 런 것이 중국음식이라면 매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중국음식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구나.






저녁을 다 먹고는 우리나라의 한옥마을처럼 전통가옥으로 꾸며진 관란 고대시장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붉은색을 길하다 여기는 중국 답게 벽의 장식이나 전통복식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붉은색이 자주 보였다.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감상할 수 있고, 야간에는 건물의 외벽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를 쏘아 역동적인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중국의 그 어느 도시보다 급진적인 발전을 일구고 있는 선전시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듯 역사를 꾸준히 보존해 나가는 습도 보인다.





걷다가 들어간 어느 카페에는 전통적인 가구와 인형, 도자기, 장식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는 대만 스타일로 장식된 카페야. 최근 새로 생긴 카페인데 주인이 대만분이시라고 들었어."

외국인인 우리의 눈에는 사실 큰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중국인인 친구는 한눈에 대만의 문화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지역별 문화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중국음식이 다 쓰촨음식만 같은 줄 알았다가 오늘 광둥음식을 접하고서 놀라워했던 것처럼. 자국민들만 알아보고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다양성이 있다는 것이 새삼 흥미로웠고, 잘 알지 못하고서 외국의 문화를 함부로 단정 지어선 안된다는 당연하면서도 지키기 쉽지만은 않은 예의에 대해 한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이틀 뒤 우리는 충칭으로 날아가 중국 탐방을 이어가기 위해 아침 일찍 Z와 A와 작별을 했다.

"가기 전에 같이 사진 찍을까?"

Z의 취미는 사진 찍기다. 소장하고 있는 카메라만 5개였고, 어려서나 봤던 눈꺼풀 같은 셔터가 찰칵 닫혔다 열리는 구식 카메라도 더 이상 작동은 않지만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셋이서 셀카를 찍었는데 Z가 자신의 복장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른 데에 올리진 말아 달라고 부탁했기에 여기 올리진 못한다.

"너희 둘만도 찍어줄게."

Z는 집 앞 골목에 배낭을 메고 선 우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어때?"

Z가 보여준 사진에서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분명 카메라를 보며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던 것 같은데 사진 속의 우리의 표정은 신기하게도 늘상 만나던 친구를 마주쳤을 때의 표정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아주 마음에 들어. 고마워!"

역시 같은 인물이라도 사진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찍어주니 다른 작품이 나온다.

Z의 멋진 카메라





짧았지만 선전에서의 인상적인 시간을 만들어준 Z와 A에게 감사하며, 우리는 충칭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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