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가 이런 곳이었어?

마카오

by 소울메이트

"이런 줄 알았으면 마카오에서 몇 박 더 하는 거였는데."

홍콩에 숙소를 두고 당일치기로 큰 기대 없이 마카오에 왔을 때, 우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거리, 포르투갈의 문화 오묘하게 섞인 독특한 풍경에 놀랐다.

홍콩은 요즘 도시를 재정비한다고 옛날식 네온사인도 거의 없애고 건물 사이사이에 엉킨 전선들도 정리하는 추세라고 들었다. 그렇게 몇 년 사이 도로가 깔끔해졌고 그럼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그 특색을 조금씩 잃어가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면? 바로 마카오를 추천한다. 콩과 마카오 사이는 버스나 페리로 간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마카오라 하면 도박의 성지라는 피상적 이미지만 갖고 있다. 머릿속엔 비싼 호텔에 몇 박 며칠을 머물며 밤새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손님들로 가득 찬 향락의 도시 그려졌지만, 마카오의 실제는 그 거리가 멀었다. 여느 사람 사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글씨가 바랜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들을 지나고, 장기 비슷해 보이는 놀이를 하는 동네 어르신들을 기웃거리고, 작지만 커피맛이 고소한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신 다음, 느 이름 모를 절에도 잠깐 들렀다. 동네 맛집인지 사람이 줄지어 타르트를 사 먹는 디저트 가게에서 우리도 에그타르트를 사 먹었다.

"와. 맛있다!"

"난 이게 버터맛이 강해서 포르투갈 것보다 더 좋아."








거리엔 어딜 가나 지나는 손님들을 달달 쫀득한 육포로 유혹하는 가게들이 있다. 마카오가 육포로 유명하다지만 우린 식사가 될만한 음식을 찾고 있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어느 허름한 음식점에서 한 커플이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걸 보았다. 말도 안 통하고 글도 잘 안 읽혀 무얼 파는지도 정확히 모르고서 일단 들어가 앉았다. 벽에는 음식 사진들이 붙어 있었는데 그중에 커다란 새우 비슷한 해산물이 아주 실해 보이는 국수가 눈에 들어왔다.

"오 이거 맛있겠다. 사장님, 이거로 주세요."

국물 첫술을 떠서 후루룩. 와.. 아무래도 우리가 숨은 맛집을 찾은 것 같았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이 정도로 맛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 식사 때가 아닐 때 가서 빈자리가 많았나 보다.



식후에 옆에 있던 공중화장실에 들렀다. 어디선가 본 익숙한 외벽 디자인. 파란 그림이 그려진 하얀 타일, 바로 포르투갈의 상징과도 같은 아줄레주다. 한때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도 그 영향을 받아 곳곳에 아줄레주 장식의 건물이 보였다.


포르투갈 세력이 머물렀던 흔적은 아줄레주 말고도 마카오 전체에서 느껴진다. 17세기에 지어진 세인트 폴 성당 유적은 건축 양식이며 성당으로 향하는 돌계단이며 유럽 풍이 물씬 난다. 재해 파손되어 현재는 파사드만 남아 있다. 그 옆에 지어진 요새에 오르면 마카오의 수많은 화려한 호텔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중 단연 눈에 들어오는 건 파인애플 모양의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이다.

마카오 전경을 바라보면 유독 노란색이 띈다. 노란 건물들에 트램의 색도 노랗던 포르투갈의 리스본이 연상된다. 란 벽을 따라 걷다 보면 벽면에 붙은 흰 타일 위에 거리의 이름이 포르투갈어로 쓰여 있다. 손바닥만 한 돌을 촘히 붙여 만든 닥은 포르투갈의 그것처럼 검은색의 물결무늬가 춤을 춘다. 이점이 있다면 이곳에선 마다 한 손에 테이크아웃 한 밀크티를 들고 걷, 유럽풍 건축물에 등장식이 걸려 있다는 것이다.

세인트 폴 성당 유적



몬테 요새에서 보는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세나도 광장




마카오에 얼마나 호텔이 많은가 하면, 호텔마다 운행하는 셔틀버스 도 대중교통 없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우리도 홍콩에서 막 도착했을 때 터미널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의 셔틀을 탔다. 린 시내에선 걸어서만 다녔지만 좀더 멀리 코타이 같은 곳으로 이동할 분들은 호텔 셔틀버스가 멈추는 정류장을 이용하여 타고 다니면 교통비 안 들이고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입구



밤이 다가오고 불이 들어온 호텔들의 휘황찬란한 불빛 사이를 걸어다니자 상상 속 마카오 안에 비로소 들어온 기분이다. 돈 놀이를 할 계획은 없지만 마카오에 왔다면 카지노에 발은 들여보자 해서 몇몇 호텔들의 카지노에 둘어가 보았다. 어느 호텔에 들어가나 신분증만 보여주면 카지노 출입이 가능했다.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스타월드 호텔에 들어가자 으리으리한 내부 장식에 눈이 부셨다. 한쪽에는 근대 스타일 가구, 축음기, 스탠드 조명, 옷걸이에 걸린 중절모를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었다. 우리가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으려 하자 근처에 서 있던 직원분께서 "앉으시면 찍어드릴게요." 라며 우리 쪽으로 오셨다. 남편이 중절모에 관심을 보이자 쓰고 찍으셔도 된다며 매우 친절하게 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셨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행인들도 섬세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괜히 별 많은 호텔이 아니구나 싶었다.


카지노에는 가볍게 게임처럼 일회성 도박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아 보였고 심지어 가족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도 보였다. 러가지 게임이 있었는데 규칙이 뭔지 하나도 몰랐지만 어깨 너머로 구경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귀여운 가방을 매고 들어와 무심한 표정으로 주사위 굴리기 게임을 몇판 하더니 연속해서 돈을 따는 모습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것이 마카오 청년들 놀이문화인가..

카지노 안에는 계속 돈을 잃어 목이 타는 사람들을 위 마련된 음료도 있다. 우리도 종이컵에 주스를 담아 마시며 계속 구경하는데 이번엔 요깃거리가 담긴 큰 쟁반을 든 직원분께서 카지노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 서빙을 해주신다. 찹쌀로 만든 약과 같은 간식이었다. 방문객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전략이겠지만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갔다가 얻어 먹은 거라 더 맛있었다.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의 카지노 입구. 카지노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밖에서만 찍을 수 있었다.


관광 목적으로 마카오에 왔다가 잘못하면 도박으로 큰 재산을 날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이유는, 카지노들이 고객의 시간과 돈을 붙잡을 최적의 조건으로 교묘하게 지어졌기 때문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물과 음료, 판돈이 떨어지면 언제든 더 가져올 수 있도록 전소도 있고, 화장실과 식당까지 다 갖추었으니 며칠이고 머물면서 도박만 하려해도 가능한 환경이었다. 잘못하다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불상사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고풍스러움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마카오. 우리나라에서 리 멀지도 않기 때문에 휴가 때 단기간으로 여행 오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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