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
중국 최대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당연히 수도인 베이징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구 최다도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충칭.
충칭에만 무려 3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 중이라고 한다. 거기에 유동인구와 관광객을 합하면 더할텐데, 그 많은 사람들이 한 도시에 모여 있다니.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나라라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중국의 인구가 근 몇년간 감소하는 추세라는 사실이 무색할 따름이다. 그곳 충칭에 직접 가보기 위해 오늘 선전공항에 왔다. 국내선 카운터가 국제선의 것보다 더 붐비는 공항은 실로 처음이었다. 공항에서부터 인구대국의 기세를 느끼며 충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충칭의 명물을 하나만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건물'이라 하고 싶다. 깊은 산속에도, 심지어 절벽에도 마음만 먹으면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이 인간이지만, 충칭이라는 도시는 조금 더 특별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지만 고가도로와 고층빌딩의 오묘한 설계가 그 지형을 깜빡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대표할만한 장소가 쿠이싱 빌딩이다.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듯이 한 방향으로 보면 평지를 디디고 선 듯 하다가도,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 22층 높이의 건물 위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주한 빌딩과 이어진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오금이 저리다 못해 주저앉을 것 같은 아찔함을 경험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츠치커우 역에서 내리면 명청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전통마을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한옥마을과 비슷하게 전통건물에 현대식 상점들이 입점해있다. 같은 동아시아이지만 중국의 건축물은 우리나라의 건축물과 상이한 부분이 많았다. 석재보다는 목재를 위주로 사용하고, 석재라도 큼직하게 깎아 쌓은 돌보다는 작은 벽돌로 지은 집이 많으며, 단층보다 중층의 건물이 대부분이다. 지붕의 모양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끝이 버선코처럼 하늘로 휘어지는 한옥과 다르게 중국의 지붕은 직선에 가깝다. 기와의 크기와 모양도 달랐는데 두텁고 큼직한 골을 만들어내며 검푸른빛을 띠는 우리기와와 달리 중국의 것은 크기가 조금 작은 듯 보이고 촘촘하게 배치되었으며 짙은 회색빛을 띠었다. 건물들 사이를 가로질러 꾸며진 장식들은 붉은 계열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물고기나 용과 같이 동물의 모양이 다양한 다수의 등을 사용하여 다채롭고 화려하다. 은은한 빛을 내는 청사초롱을 달아 단아하고 차분하게 꾸민 우리 한옥마을과의 또 한가지 차이점이다.
츠치커우에서 빠져 나와 순식간에 수백년을 거슬러 다시 현대로 돌아온 기분을 느끼며 물밀듯이 인파가 오가는 지하철을 타고 리쯔바역으로 향했다. 이 곳이 세계적 명소가 된 이유는 바로 아파트 안에 지하철역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을 그대로 뚫고 지어진 레일 위로 열차가 달려 아파트 안으로 삼켜지는 진기한 장면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몰려든다. 리쯔바역이 지어질 당시 선로가 놓일 자리에 아파트가 동시에 들어오게 되어 대안책으로 내놓은 것이 '아파트 내 역 건설'이었다고 한다.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버린 해결방식도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 덕에 얻은 유명세 역시 엄청나 현재는 충칭 방문시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손꼽힌다.
저녁이 되면 잊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 있다. 큰 절벽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의 '홍야동'이다. 충칭에선 비탈이나 절벽에 지어진 집들을 예사로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홍야동은 황홀한 야경을 자랑하여 밤이 되면 충칭에 있는 사람들이 다 모여드는가 싶을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저녁 6시 즈음 점등식을 진행하는데 중국어로 무슨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종소리가 몇번 울리고는 홍야동의 홍등에 환한 불이 켜지자 기다리던 관중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앞으로는 장강이 흐르고 그 위에 가로놓인 장강대교를 건너면 좀더 멀찍이서 홍야동의 전경을 볼 수 있어 우리도 대교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갔다. 대교를 건너려면 홍야동 내부로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홍야동은 고층의 건물로 안에 들어가면 먹거리가 층별로 즐비하고 쇼핑센터와 오락거리가 넘치기에 장강대교를 건너러 가는 길에 여기저기 시선을 빼앗기게 되고 군것질 한번을 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우리도 찹쌀도넛같은 간식을 사서 오물거리며 대교를 향해 가는데, 위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엘리베이터는 전부 만원이고 에스컬레이터도 고층에서는 탈 수가 없어 계단을 이용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인구 3천만의 도시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등산을 할 땐 반나절도 걸을 수 있지만, 사람 많은 도시에만 가면 물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숨이 턱턱 막히고 오래 걷기도 왜 더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얼마전까지 인구수 1위를 지켜왔던 중국에, 그것도 인구 최다도시인 충칭에, 거기서도 유명지인 홍야동이니 옆사람 숨쉬는 소리까지 다 들리도록 어깨에 어깨를 맞대고 장강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와.. 기 빨린다 기 빨려."
남편보다도 인내심이 먼저 바닥난 나는 중간에 백기를 들었다. 다리 끝까지 가는 건 관두고 중간에도 아직 못 미쳤지만 여기서 홍야동 사진을 찍고 숙소에 돌아가기로 했다. 다행히 홍야동의 전경이 아름답게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절벽 위에 지어진 마을, 산과 눈높이를 맞추어 설치한 교량과 광장, 때문에 실제로 그 안에서는 산 속에 있다는 것이 체감조차 어려운 도시. 네팔과 페루에서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인간이 얼마나 미물인지를 경험했다면, 충칭에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물과 공기만 있으면 살길을 찾아내고 터전을 건설하는 인간의 강인한 속성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