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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l 30. 2022

날개는 어디로 갔어?

시댁 식구를 소개합니다 - 4편

2022년 3월 말경. 모로코 여행 1일차.

수줍음 많은 나는 붑커네 가족으로부터 대접받은 다과를 홀짝홀짝 금야금 티도 안나게 참새처럼 먹었다. 모두가 친절했지만 아시다시피 아무리 잘해줘도 남의 집은 남의 집인 법이니 먹을 때도 왠지 조신해야 할 것 같고 마냥 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4월 중순. 모로코 여행 20일차 즈음.

의 손은 며칠 굶은 사람처럼 정신없이 식탁 위를 누빈다. 아 물론 라마단이라 정말로 반나절을 굶긴 했만.

나중에서야 붑커가 말해주어 알게 된 사실인데, 게걸스러울 정도로 잘 먹는 나를 보며 함무다 형이 깜짝 놀라 붑커에게 물어봤었다고 한다.

함무다>> 처음 왔을 때 엄청 조금 먹었는데 지금은 두 손으로 허겁지겁 먹잖아?! 너 무슨 짓 했어? 대체  왜 이렇게 변한거야..?

왜긴요.. 음식이 너무 맛있으니까 그렇죠 하하.

그치만 짜 이유는 이제 붑커네 집이 내 집처럼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편해지면 방귀도 틀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사이 이렇게 '막 지낼' 수 있게 된 모든 식구들이 나를 가족으로 대해 준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붑커의 막내누나인 나오엘 것 같다. 우리는 항상 같이 요리를 하고 농담을 주고 받고 장난을 쳤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가족들 사이로 녹아들 수 있었다.

때로는 별거 아닌 듯한 싱거운 농담 덕에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 빵을 만들려면 우선 반죽을 열심히 치대면 돼. 자, 이걸 붑커라고 생각하고 마구 리는 거야!"

"는 붑커의 누나가 아니라 이제 너의 언니야. 붑커가 차를 빌려달라고 하면 안 줄건데 네가 달라고 하면 언제든 빌려줄게."

하는 것들.


하루는 누나가 갑자기 "너 날개는 어디로 갔어?"라고 물어봤다. 띠용한 표정으로 "네...?"했더니, "너 천사잖아. 날개 어디에 두고 왔냐구~"라며 깔깔 웃었다. 세상에! 이런 오글거리는 농담이 한국에만 있는게 아니라 모로코에도 존재했다니..! 근데 나오엘 누나가 말하니까 이 올드한 개그가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희한한 일이다.

이렇게 나오엘 누나는 누구보다 상냥하고 유쾌하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막내누나 Naoual(나오엘). 붑커는 형제들 가운데 막내누나와 가장 많이 닮았다. 얼굴 뿐 아니라, 양보하고 배려하는 성격까지 비슷하다.

누나는 이후로도 나에게 날개가 어디갔냐고 한두번 더 물어봤다. 왜 자꾸 물었는가 하니, 내가 했던 평범한 행동들, 이를테면 두 손으로 물건을 건넨다거나, 식사 때는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에게 먼저 한 숟갈을 먹여주어 고마움을 표시한다거나 하는, 한국에서라면 평범했을 것들이 모로코에서는 흔치 않다고 했다. 그런 사소한 모습들이 나오엘 누나에게는 천사같이 보였나 보다. 그 때마다 나는 '내가 아니라 누나가 천사다'라고 말했다.

나오엘 누나는 가족이나 동료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아낌없이 가진 걸 베푼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앞장서서 해결하고 자기 자신이 잘되는 것보다 가족이 잘 되는 것을 더 응원하고 기뻐한다. 런 내면의 아름다움 가진 그녀를 보면 누구라도 감을 가질 수밖에 없.


이슬람에서는 라마단이 끝나고 이드(Eid)가 되면 새옷이나 새신발을 장만하는 풍습이 있다. 붑커가 보내준 사진 속 나오엘 누나는 이드를 맞아 새롭게 만든 얀색 프탄(통 의상 중 하나)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천사같이 보였던 건 누나의 수려한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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