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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련 Dec 21. 2024

어색함을 잘 안 느끼는 사람 특징

동상이몽: 침묵이 누군가는 편하고, 누군가는 불편한 이유

동상이몽 

누군가는 6을 보고 숫자 6이라 하고, 누군가는 숫자 9라 한다. 

대화를 할 때 침묵이 다가오면, 누군가는 '아 편하다' 누군가는 '아 너무 어색해..괴롭다' 

라고 생각한다.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아니, 지금도 후자에서 전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룹상담을 받으며 내 인식을 와장창 깨어지게 만든 신념 하나가 있었다. 

지금은 그 신념을 도토리 줍듯이 내 주머니에 넣어놓고, 침묵이 불안할 때마다 꺼내본다. 


바로 

침묵은 평화로운 상태 


라는 것이다. 그룹상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인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곤 하는 사람들이 온다. 

그래서인지 아무말도 안하고 있을 때면, 신기하게도 다들 똑같이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 상태가 너무 불편해서 아무말이라도 하고 싶다. 라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묵을 잘 견디지 못한다. 대화가 끊기면 어색한 거라는 사회의 이데올로기 때문일까? 원시인 시대 때는 아무말도 안하지 않았을까? 


어색함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1. '저는 어색하면 더 말이 많아져요' 2.  '어색하면 더 말이 없어져요' 

나는 두 번째에 속한다. ' 와 진짜 도망치고 싶다. 와 너무 아찔하다. 하.. 어떡하지.. ' 하며 머리를 짜내는 부류이다. 그러면서 더 파멸적인 사고로는 ' 와 이 만남은 실패했어. 우리 둘은 안맞나봐.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할거야. ' 등등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상담사님이 말해주기를, 

" 왜 침묵이 불편한 상태인거죠? 상대의 표정, 이 공기, 상대는 어떤 옷을 입고 있나. 내 마음은 어떤가를 관찰해보세요. 어쩌면 아무말이 없다는건 아주 평화로운 상태일 수도 있어요. " 


그 날 저녁 다른 사람과 걸으며 어색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때 이 마음가짐을 머리속에 심어놨다. '오, 아무말도 없는 거 보니 평화롭군. 아주 평화롭구만..'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하고 나니, 이 상태를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보통은 누군가가 이 침묵을 편하다고 느끼면 상대도 그걸 느낀다. 이 침묵을 불편하다고 느끼면 상대도 그걸 느낀다. 


(번외로, 편함은 전염성이 있다. 침묵을 편하게 느끼는 사람을 만나면 그 에너지가 나한테까지 전달된다. 이런 사람들은 친분과 상관없이 아무말이 없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렇기에, 금방 친밀감을 느끼고 편해진다. 반면 아무리 친하더라도 침묵을 어색해하는 상대방의 에너지가 느껴지면, 내가 다 불편할 때가 있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아니였을까, 생각이 든다.) 


의식적으로 이 상황의 편안함을 찾아보자. 우리는 싸우지 않고 있고, 같은 공간에서 얘기를 나눴었으며, 같은 공간의 분위기를 음미하고 공유하고 있다. 오직 '나'를 위해 침묵을 즐겨보자. 

내가 본 어떤 영상에서, 어떤 이는 가치있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를 침묵을 잘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침묵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보통 자기가 상대보다 '을', 즉 상대가 더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애초에 사람의 가치를 비교하는게 말이 안되거니와, 실제로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 사람이 침묵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이데올로기를 주입받았는지, 사회민감적인 사람인지,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인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매력적이거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침묵을 즐기기보단, 그냥 내 자신의 마음을 위해 침묵을 즐겨보는건 어떨까? 


간혹가다 침묵에 빠지면 자기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하는 거아닐까. 내가 분위기를 망치는건 아닐까. 나 역시도 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왜 내가 침묵을 깨야 해? 다 내 책임인가? 


상당히 이기적이고 차가워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대화는 서로가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 아닌가. 나는 이 자리의 mc가 아니다. 이 자리가 어색한 이유를 온전히 내 탓으로 돌리는 것 또한 자의식 과잉일 수 있다. 도저히 침묵을 평온하게 못 느끼겟다면 때로는 상대 탓도 하면서, 이 상황 탓도 하면서, 건강하고 객관적이 사고를 가져보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가급적이면 아무 말도 없는 침묵의 상태를 평온함이라고 생각해보자. 내가 평온한 거라고 생각하면, 평온한거다. 여백의 미. 이 침묵의 상태를 즐기기를. 동양의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여백의 상태를 음미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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