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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r 03. 2024

제주로그 2024. 3. 3. 11:26

월정리 아보카도 맛집에서 당근주스 마시며 쓰는 글

5일의 여정에서 두 번이나 방문한 운명같던 맛집의 사장님께서 얼굴을 기억하셨는지 어제 저녁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저번에 저 테이블에서 앉으셨었죠? 여행은 며칠째세요?" 홀로 다니던 여행에서 반가운 이야기였다. "맞아요. 5일 머무는 중에 오늘 3일째에요. 첫날 여기서 첫 식사를 했었어요." 나는 이런 감정의 교류가 이어지면 대체로 단골이 되어드리고는 하는데 제주라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이미 마음 속으로는 단골이다.


어쨌든 그 사장님께서 월정리의 한 카페를 추천해주셨다. 사실 여기 뿐만이 아니라 추천 맛집을 와르르 쏟아내셨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다 이야기한다는 식으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아보카도 커피를 추천한다며 알려주신 지금 이 장소. 나는 아보카도를 사랑해 여기까지 왔지만 역시나 메뉴판 속 결국 먹지 못한 구좌 당근주스에 눈길이 간다. 제주도를 올 때부터 구좌 당근주스는 필수코스였기에 못 먹고 가면 어쩌나 발을 동동거리던 참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 아보카도 맛집이면 어때, 맛 좋은 당근주스면 되는걸.


사실 주문한 당근주스를 받아들고 한 모금 쭈욱 마시고는 약간의 실망감이 돌았다. 그간 내가 알던 당근주스는 사과당근주스였던 것이다. 물론 이 당근주스는 굳이 사과를 넣지 않아도 되는 당도의 당근주스다. 그러나 나는 맑은 당근주스보다 적당한 질감의 당근주스이길 바랐나 보다. 여기서 또 내 취향을 찾는다. 나는 당근물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목표하던 바를 이뤘다는 성취감에 이내 흡족해진다.


남은 책이나 읽어보자 싶어 어제 읽던 책을 꺼냈는데 이 카페는 독서장소로는 별로인 듯 하다. 삐끼삐끼 - 하는 효과음과 함께 가사 가득한 힙합 BGM이 자꾸만 귀를 때려박는다. 내 집중력을 도둑맞은 걸까. 도통 모든 신경이 귀로 가는 탓에 책 읽을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카페에 앉아 또 브런치를 쓴다. 축축한 도로를 보고 있자면 오늘의 촬영은 망친건가 내 어깨도 축 떨어진다. 제주의 날씨란 눈이 오다가 해가 나도 이상하지 않고 비가 내리다가 그치면 그 찰나를 잘 지내야 한다. 모두 제주의 매력이다만 떨어지는 빗방울이 카메라 렌즈에 닿을 때는 하늘이 조금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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