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인 Mar 06. 2024

슬기로운 소비생활.6

여행을 떠나보니 알게된 것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메아리가 없을 것 같은 인사지만 오늘따라 인사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날씨가 점점 봄과 가까워지고 저는 새로 편입한 대학교 개강시즌이라 설레오는 감정에 대한 핑계거리가 참 많습니다. 새로이 발령받은 직장에서도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건지 마음 편한 하루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아, 저의 이전 편들을 보신 독자님들께서는 아실테지만 저는 최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4박 5일을 가득 다녀왔으니 오늘은 그 때의 기억을 돌이켜 글을 적어볼까 해요. 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이번 여행의 컨셉은 확실했습니다. '혼자, 오롯이 행복하기.' 그 누구도 제 시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저는 4박 5일의 시간동안 저와 재미난 시간을 보냈답니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여행을 즐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느 여행보다도 더 즐거웠던 걸까요.


식비

역시나 저의 가장 큰 소비는 식비 지출이었습니다. 파워계획형인 제가 이번 여행에서 계획했던 것은 숙소와 식사 밖에 없었어요. 이 두 부분 말고는 모두 즉흥적으로 그 때 그 때 제가 원하는대로 발길을 옮겼지요. 대책없게도 제가 먹었던 음식들을 쭉 나열해볼까 합니다. 시간 순서대로요. (음료는 빼고 적을게요.)

돔베고기와 들깨비빔면, 딱새우크림알밥, 참돔과 고등어회, 꽈배기, 고사리멜젓파스타, 닭도리탕, 치아바타와 토마토 스튜, 판모밀과 모듬튀김, 고사리육개장과 빈대떡, 갈치조림과 두루치기

많은 음식들을 먹었고 정말 양껏 먹느라 바빴던 것 같습니다. 맛있는 것은 역시나 옳아요. 늘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거든요. 식도락 여행의 후유증이 예상외로 크다는 것도 느꼈어요. 그래도 다음 여행은 또 맛집 투어가 되겠지만요.


게스트하우스 조식(치아바타와 토마토스튜)

식비로 거의 30만원치를 탕진하고 느낀 점은 세상엔 참 다양한 음식들이 많다는 것과 제가 생각보다 더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것이에요. 어느 식당에 가서는 '내 요리가 더 나은 것 같은데? 음식점을 해볼까?'하다가 또 다른 음식점에서는 '이런 조합도 괜찮구나.'하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들은 현실에 돌아와서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돼요. 그렇게 제 요리를 발전시키는 거구요. 경험이 곧 제 시야를 넓혀주니까요. 그것이 원없이 먹은 식사들이 매 끼니마다 귀했던 이유입니다.


기념품 구입(굿즈 제작?)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여행 다녀오는데 왜 회사에 기념품을 돌려야해?"하는 식의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농담 삼아 던지신 직장 상사의 "제주도는 한라봉이다. 한라봉 사와!"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도 사실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어요.(결국 한라봉은 사지 않았네요^^;) 그런데 여행이 즐거울수록 이 즐거운 여행의 기분을 나누고 싶었어요. 여행지에서 온 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낯선 향기를 가져오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주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기념품을 사봤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나눌 선물들은 더욱 심혈을 기울여 선정했지요.


하나는 제게 깊은 영감을 주었던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의 엽서였습니다. 제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사진마다 느껴지는 작가님의 제주에 대한 애정,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보내셨을 숱한 시간들이 담긴 갤러리의 작품들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었어요. 그 갤러리의 엽서를 몇 장 구매하여 왔답니다. 다 소장을 할까 싶다가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사실 아직 손에 쥐고 놓질 못하고 있어요.


또 다른 기념품은 말 모양의 나무인형입니다. 이건 제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분께서 제작하시는 나무인형인데 보자마자 한 눈에 뿅 갔어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귀여운 것도 귀여운 것인데 머리엔 무언가 꽂을 수 있도록 홈이 패여있어요. 저는 제주 느낌 물씬 나는 사진을 하나 꽂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다른 한 마리는 입양보냈구요. 이렇게 쓰다보니 제가 갖고싶은 걸 1+1으로 산 느낌이네요. 그만큼 모두 애정이 가득한 기념품이랍니다.

초점이 나가버린 필름컷입니다^^;

제주도에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제 목적지는 필름현상소였어요.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 그런지 맡기고 5시간 정도 지나고 현상본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기분이 째지는 순간이죠. 36컷짜리 1롤을 맡겼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너무 많아 고르고 골라 9장을 선정하여 어제 엽서로 인쇄 의뢰해둔 상태에요. 사진을 본 지인들의 배경화면 제작 요청이 많아 휴대폰 배경화면도 만들어주었답니다. 하나의 기념품이 된 것 같아 이 또한 뿌듯한 경험이네요.


제주에서의 지출은 사실 이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발길따라 윤슬따라 걷고 찍는 것이 전부였던 시간이라 입장료도, 다른 경비도 들지 않았었어요. 그래도 정말 제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다 자부할 수 있습니다. 다녀온 후 주변에 솔로 여행을 강추하고 있기도 하고요. 잡스런 생각을 정리하려 떠난 여행에 배운 것이 외려 더 많은 여행이 되어 고맙습니다. 제가 그려왔던 저라는 사람보다 훨씬 더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제주의 돌, 바람, 바다, 나무가 좋아 눌러앉고싶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제주 신산포구 앞바다

제가 찍은 사진 한 장 보여드리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늘 스스로에게 우선인 선택을 하기를, 제 행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여행 같은 삶을 살아내기를.. 많은 것을 느꼈던 여행이라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읽어주신 독자님께서도 늘 여행 같은 삶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전 05화 슬기로운 소비생활.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