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번째 연재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지금까지 뭘해왔나 뒤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비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소비를 행하려해서인지 꽤나 지출이 단순해진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기록을 위해서라도 카테고리별로 어디에 돈을 많이 썼고, 쉽게 쓰는지 보면 새로운 제 모습도 보인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저는 '사람'에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소감도 들었거든요. 혼자 있으면 지출이 많지 않은 반면, 사람을 만나면 돈이 훨훨 날아가는 형태로 제게서 증발하는 것 같네요. 사람을 끊던지 해야하는데 그게 제 평생의 숙제에요.
식비
원래의 제 소비패턴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식비가 첫 꼭지로 등장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지난 한 주 동안 요리를 할 일도 몇 번 있었고, 대접해야할 자리도 있어서 집에서 식사할 일이 많았답니다. 스스로를 챙겨먹이는 일부터 다른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한 것까지 식재료 구입비가 크게 차지했습니다.
아, 자취를 하다보니 장보는 노하우가 생기더라구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한 가지 재료로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해서 두부를 하나 사면 된장찌개에 넣어먹거나 두부조림도 하고, 두부샐러드도 하고 다양하게 활용을 한답니다. 그러면 요리실력이 느는 것 뿐만 아니라 식재료 낭비없이 깔끔한 냉장고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누군가를 대접할 때는 제가 귀히 여기는 그릇을 양껏 꺼내 플레이팅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평소 단촐하게 밥, 국, 반찬 두어개 정도로 먹는다 치면 손님상에는 메인요리만 3개는 될 정도로 이것저것 해먹이는 것을 즐겨요.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제 식비 지출에 대한 나름의 변명이랄까요.
지중해식 대구스테이크 레시피를 따라해보았습니다 :)
취미생활 _ 필름 구매, 찍은 필름 현상하기
저에게는 오랜 취미가 있습니다. 디지털, 아날로그 구분없이는 20년 정도 된 것 같고, 아날로그만 보더라도 중학교 때 접한 이후로 잊을만 하면 한 번씩 필름카메라의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금 찾곤 했었지요. 그러다 최근에 한 아이를 들여오고 저의 걷는 시간들은 항상 지니고 다녔었습니다. 36컷의 필름을 인상적인 시간들을 담으려 하다보니 필름을 현상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기다림까지 필름카메라의 묘미이긴 하지만 첫 롤의 결과물을 받기까지 무척 애가 탔답니다. 요즘은 현상 후 스캔까지가 거의 기본 서비스인 것 같은데, 저는 이번 현상본은 폐기하고 스캔본만 받았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완벽한 조화. 그럼에도 결과물은 아날로그에 머물러있다는 게 고마웠습니다.
첫 롤의 A컷이에요. 어떤가요?
다음 주 제주도 여행이 계획되어있어서 현상 맡기러 간 김에 다른 종류의 필름을 두 개 사왔어요. 사진 찍으러 가는 것도 여행목적 중에 하나라 설레는 만큼 필름을 쟁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을 할 때마다 비용이 드는 취미이지만, 저는 알뜰살뜰 귀한 순간 예쁘게 담아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 될래요.
제주도 렌트카
최근 새로 만난 제 옆자리 동료분은 제주도 출신(?)이신데요. 지나가는 말로 "저 2월 말에 제주도 가는데 좋은 곳 있으면 추천해주세요."했던 말을 잊지 않으시고 오늘 저에게 제주도 명소를 추천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잊고있던 여행계획을 떠올리고는 부랴부랴 렌트카 예약을 했습니다. 2024년 1월, '웰컴투삼달리'라는 드라마에 빠져있었던 그 때 저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제주도에서 꽈배기를 파시는 백한철 사장님을 소개해줬었어요. 꽈배기를 좋아하지도 않는 저에게 나름의 철학을 지닌 꽈배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저는 충동적으로 제주도 항공권을 끊게 되었구요. 갈 때가 되면 생각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여행준비를 할 때인 것 같아요. 렌트카 업체는 또 얼마나 많은지 7개 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같은 시간, 같은 차종으로 비교를 해보고 결정을 했어요. 제 차와 동일한 레이차종에 완전자차 4박5일에 10만원이면 정말 싼 가격 아닌가요? 합리적인 소비였다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의 일주일간의 소비를 또 돌아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의미없이 돈이 새어나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적시적소에 쓰여진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어요. 소비금액도 줄었지만 소비패턴이 단순해진다는 것이 제법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확실히 저는 물질소비보다는 경험소비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운동화 하나 사는 것엔 온갖 비교를 해대서 결국 못 사는데도 사진을 찍기 위한 필름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요리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아무래도 이번 인생에 패셔니스트는 많이 멀어졌다 싶네요. 어쩌겠어요. 이런 것도 저의 한 부분이니까요. 오늘 저녁도 부디 따뜻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