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건강하게 잘 보내셨나요? 저는 저번주 연재글을 쓴 후 한 차례 방황을 겪었습니다. 방황을 하면서도 명절이라 마냥 흐트러져있을 수만은 없기도 했어요. 티 안 나는 저 혼자만의 불안을 겪은 것이죠. 이번에는 그 불안을 불안으로 이겨내길 바라며 저를 길바닥으로 던져보았습니다. 결과는 또다른 혼란을 느끼도록 만드는 일이 되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느낍니다. 저를 찾아가는 여정이 녹록치만은 않아요. 그럼에도 얻는 게 많은 것 같은 요즘이 저는 즐겁습니다.
유흥비
이번 소비기록에서 가장 먼저 쓰고싶었던 것은 바로 유흥비입니다. 원체 가창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인지라 어릴 적부터 내면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오락실 노래방 한 부스로 몸을 숨기곤 했습니다. 노래를 부름으로서 스트레스가 일부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한 두해가 아니다 보니 이제는 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답니다. 어릴 때야 오락실 노래방 부스로 숨어들면 족하였지만, 나이를 먹으며 저는 혼자서도 오픈형 가라오케를 갈 수 있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마침 회사 선배와 자리를 했던 날에 같이 갔었던 가라오케가 있었고 침울해졌던 날 하필 그 곳이 떠올라버리고 말았던 것이죠. 한 줄기 빛 같았습니다. 감히 보통 이상의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기에 불특정 다수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자신감이 있어 누군가로부터 호응을 얻고 교감을 하는 경험들이 좋았기에 혼자 어두운 구렁텅이에 빠져들던 그 날 가라오케로 발걸음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곳에 혼자 간 적도 없을 뿐더러 다른 생각 없이 무작정 간 탓에 너무 이른 시간이라 영업을 하지 않아 오픈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8시가 가까워지자 드디어 그 문이 열리더군요. 무려 그 때부터 5시간동안 맥주와 노래에 취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왕창 풀었던 어떤 하루였습니다.
부모님 용돈
사실 자식으로서의 도리로 형식상 저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립니다. 상납의 의미에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언제부턴가 명절이 되면 흰 봉투를 하나 구해 20만원을 채웁니다. 성과급이 조금 많다면 몇 장 더 넣어보곤 하지만 딱히 좋은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어서 요즘은 20만원으로 고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설에도 역시 저는 본가 근처 편의점에서 급히 20만원을 찾아 준비해온 흰 봉투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두 분 모두 안 계신 틈을 타 거실 테이블에 툭 던져두었죠. 나중에 발견을 하셨는지 무엇인가 물으셔서 "용돈"이라는 짧은 말만 남겼습니다. 여전히 저는 부모님께 왜 돈을 드리는지 알지는 못합니다만, 나름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위가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하지않으면 불효자식이 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함이랄까요. 그 돈이 크게 가계에 도움될만큼은 아니지만 어딘가에 귀히 쓰여 저도 집안 어딘가 도움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데이트 비용
거창하게 데이트 비용이라고 씁니다. 이성과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그러면 데이트라고 써도 되겠지요? 오랜만에 낯선 이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데이트를 하루 즐기는 데에 41,000원을 썼습니다. 오후 12시부터 밤 11시까지 11시간을 내리 보내며 41,000원이라면 꽤 합리적으로 지출한 것 아닌가 싶어요. 식사, 커피, 포켓볼비가 포함된 금액입니다. 누군가와 햇살 좋은 흙길을 걷고, 좋은 풍경에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드라이브를 즐기며 바람도 맞고, 윤슬도 보았습니다. 해질녘 노을 아래 자전거를 타는 부자도 보았습니다. 이런 평화가 얼마만인가 하면서 이내 일상을 잊기도 했습니다. 그 하루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요. 문득 고마운 날이었다 쓰고싶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정신으로 지내지 못한 시간도 있었고, 누구보다도 기쁜 표정을 짓던 어느 날도 있었답니다. 지나고보니 모든 것이 기억이고, 추억이라 다가오는 시간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돈으로 무언가를 사고, 먹지 않아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는 듯 합니다. 점점 더 이 연재의 목적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늘 작게 크게 행복의 순간을 맞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