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연재를 의식해서인지, 상황이 격변하며 생긴 공백인지 모르겠으나 제 소비패턴이 꽤 단순해졌습니다. 이번 기록에도 여전히 식비가 대부분 차지했지만 그 액수가 많이 줄었지요. 긍정적인 효과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 기록의 Biggest 지출을 뽑아 풀어내보려고 합니다. 적나라한 지출을 적으려니 조금 부끄러운 감정이 드네요.
육회
지금의 집에 이사를 오고나서 제가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일 중에 하나는 바로 '식육점'을 뚫은 것입니다.자주 쓰는 곳에만 가입해두던 포인트를 동네 식육점에 처음 간 날 등록을 해둔 걸 보면 제가 여기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느껴지시겠죠. 육질이 좋아보이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에다가 불고기나 양념육도 골라살 수 있어 너무 좋은 곳입니다, 제겐. 그 곳에서 밥반찬이나 사러 들렀었는데 다른 고기들은 당기지않고 그 날은 육회가 당기지 않겠어요? 아, 그 식육점에 처음 갔던 날의 바로 전 날 평소 날 것을 워낙 좋아하면서도 비싼 가격에 육회를 참아냈었는데요. 배달을 시키자니 150g에 4만원대 이상 가던 그 육회가 식육점에서 육횟거리 200g으로 양념 포함해서 사니 15,000원이었어요. 안 살 수가 없는 거죠. 이후부터 그 식육점을 지나가면 육회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긴 한데, 싱싱한 육회를 저렴하게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축복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 그래서 주말에 집에 놀러온 손님들께 대접하려 한 번, 그 때 깨작거리며 못 먹은 탓을 하며 혼자 양껏 먹으려 한 번 총 35,000원치를 이 곳에서 소비를 했답니다. 혼자 먹을 때는 국공기에 담아 먹었는데 어찌나 푸짐하던지 넉넉한 저녁반주상이었습니다.
세탁기 부품
참으로 허탈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두어달 전 이사를 하며 이사업체 측에서 챙겨주었나 가물가물했던 세탁기, 건조기 결합키트가 결론적으로는 구석에 콕 박혀버려 찾아내지 못한 덕에 4만원이 홀랑 나갔습니다. 손님이 와서 창고에서 접이식 의자를 꺼내는데 툭, 하고 넘어진 부품이 보였습니다. 이것 때문에 기사님이 두 번 발걸음 하고 내내 찾아다녔던 걸 생각하면 요즘 흔히 얘기하는 '멍청비용'이라는 것이 이걸 보고 하는 얘기구나 싶더라구요. 앞으로는 물건 간수를 제대로 하자, 간수를 못 하는 만큼 어이없이 새는 비용들이 많겠다 반성을 아주 많이 했답니다.
단골식당 식비 지출
저에게는 아주 사랑스러운 단골가게가 있습니다. 리뷰 후기만 보아서는 여기가 왜 사랑스러운가 싶을 정도로 호불호 갈리는 식당입니다. 숙성회로 카이센동을 담아주는 제가 3년째 다니던 단골집인데, 그 곳에서 울고 웃던 시간들에 유난히 정이 들었었어요. 물론, 인사발령으로 지역을 옮겨 빈도가 많이 줄테지만 끝은 아니라고 확신해요. 그렇지만 제가 지역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서운하신지 매일 끝을 말하는 사장님께 제대로 인사를 드릴 겸 마지막날 식사를 하고 왔었습니다. 서로 더 해주려는 마음에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이 마지막날까지도 느껴졌어요. 메뉴가 당일 재료에 따라 바뀌다보니 제가 SNS로 보고 온 장어덮밥은 메뉴로 올라와있지 않았었는데 "다음에 장어덮밥 나오는 날 연락 주시면 한걸음에 달려오겠습니다"라는 제 말에 따로 장어를 한 접시 준비해주시더군요. "이거나 먹고 빨리 가라." 전매특허 퉁명스러운 말과 함께요. 저는 그 때부터 식사가 끝날 때까지 '오늘은 제 값 다 쳐서 결제해주세요.'라는 생각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점심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다보니 마지막엔 급히 결제하고 후다닥 나오는 탓에 사장님께서 2천원을 깎아주신 것을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뱉어버리면 정말 끝일 것 같던 마음. 조만간 또 갈 것 같네요. 사장님이 보고싶어 들르던 가게였는데, 여전히 저는 그 곳이 그리워요.
이번 주 소비는 여운이 남았던 소비가 몇몇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별의 순간도, 행복의 순간도 함께였고요. 독자님들의 이번 주 소비는 어떠셨나요? 웃는 소비셨을까요? 추위가 조금은 누그러진 것 같은 요즘, 대체로 따뜻한 소비생활이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