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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r 20. 2024

슬기로운 소비생활.8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 생각해보기

오늘은 대학교 학부건물 어느 열람실에 앉아 글을 씁니다. '연재'라는 사슬이 저를 묶고있는 덕분에 이렇게나마 글을 쓰는 제 자신을 만날 수 있네요. 최근에는 계속 집-회사-학교-집을 도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냅니다. 그런 중에 소비라 하면 사실 식비나 생필품 밖에 없다보니 글감을 찾을래야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열람실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책을 읽다 말고 소비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다이어트

최근 저는 저의 헛헛한 마음을 감추고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3년 전 화창한 봄날의 저를 올려두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게 누구냐"라든가 "너 아닌줄 알았다"라는 이야기를 해준 덕분에 저에게는 작은 목표가 생겼답니다. 그것은 바로 저의 케케묵은 목표이기도 한 <다이어트>입니다.


어쩌면 평생의 숙제겠지요. 먹는 것 좋아하고 탄수화물에 중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스트레스를 당으로 풀곤 하는 저에게는 더더욱이요. 사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제 목표 몸무게를 달성하기도 했었습니다. 수치를 목표로 여겼던 것인지 원했던 숫자를 찍고나면 도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구요. 어쨌든 올해도 그런 시즌이 돌아왔나봅니다.


저번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운동을 시작하고 다음으로 고칠 것은 식습관이었어요. 흔히들 먹느라 돈 쓰고 빼느라 돈 쓴다고 하죠. 딱 저를 보고 하는 말 같습니다. 저의 다이어트 루틴은 건강식을 찾는 것이라 다이어트를 시작하자마자 쿠팡 와우회원이 되었어요. 빠르고 신선한 식재료 조달은 쿠팡이 최고더라구요.


방울토마토에 정착을 못 하던 저는 이번에 '스테비아 방울토마토'에 내려앉았습니다. 포만감도 좋고 단맛까지 풍성하니 제겐 완벽한 음식이에요. 완벽한 방울토마토에 지방질이라는 견과류와 평소에도 간식으로 먹던 단백질 음료도 주문했어요. 2~3주치를 주문하니 11만원 정도가 되었어요. 하루로 쪼개어보면 저렴한데도 합쳐놓으니 비싼가 싶은 게 계산은 최종 금액으로 봐야 겁도 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고민하다가 지르기는 했지만요.


그렇게 제 2주 조금 넘는 식단을 완성시키고 아침, 저녁 식단에 대한 고민도 떨쳐내어 머리까지 편안해진 요즘입니다. 스티브 잡스님이 같은 착장을 입으셨던 이유를 알겠달까요. 요즘 밀프렙도 많이들 하시던데 건강한 식재료를 사서 소분하는 방법을 배우는 건 어떨까요? 1~2시간 준비로 1주일이 편해지는 마법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에요.


동료와의 식사

이건 사실 쓸까말까한 내용이었는데 부록 느낌으로 한 번 써볼게요.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던 식사였어요. 매일 점심시간에 테니스장에서 만나는 회사 동료 두 분이 계시는데 어느 날은 꾸리꾸리하게 비가 올 것 같더라구요. 그 핑계로 칼국수 모임을 제안했어요. 회사 근처 칼국수집을 가본 적도 없고 그 중 한 분과는 대화도 거의 해보지 않은 상태에요. 그러다 날씨가 맑아지고 친하게 지냈던 다른 한 분은 테니스 사랑에 쏙 빠져버리셨고 어색한 둘만 결국 식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적막한 공기를 못 견뎌하는 저는 공백을 메우려 마치 리포터가 된 듯 그 분의 신상을 캐내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 분이 회사에서 소문이 나기를 굉장히 신비주의적 이미지로 유명하신 분이어서 더 겁이 났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니, 생각과 전혀 다르게도 친절하시고 따뜻하신 분이었어요. 정말 낯선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이 이런 재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주셨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로 요리를 좋아하는 공감대도 있었고 같은 공간에서 일은 하지만 몰랐던 부분이 참 많아서 이야깃거리는 쉴 새 없이 터져나왔구요. 사람에 겁을 내던 어느 제 내면이 조금은 세상 밖으로 나갈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그 식사에 지불했던 비용이 유의미한 지출이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님들도 주변에 함께 있지만 낯설거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계시다면 용기를 내어 식사나 커피를 함께 드셔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와 같은 생각이 드셨다면 아마 사람이 점점 더 궁금해지실지도 모르겠어요.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사소한 재미를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가는 시간의 제가 어딘가 모르게 꽉 찬 상태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재미들이 꼭 돈을 쓰는 것으로부터 파생되어지지않는다는 것을 배운 것 같아요.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들을 느끼는 중이에요.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작고 소중한 무용의 것들을 찾아가는 저의 모습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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