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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un 29. 2023

왜 또 나는.. 왜 나는 이렇게

언제쯤 완성형에 이를까, 나는.

부모님의 악담 비슷한 조언 같은 저주를 들은지 4일이 흘렀다. 여전히 그 분들의 말씀은 환청처럼 귀에 맴돌고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는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존경하는 재판관님께서는 판결을 유예 중이시다. 내가 느끼기에는 어쩌면 이 판결문에 판사봉이 땅땅땅 내리쳐지면 나는 영영 부모님과는 절연을 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이번 일은 충격이 컸다. 나의 분노 게이지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려놓을만큼.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말에 흔들려 다른 결정들까지 흐트러지고 있다. 가스라이팅이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말은 내가 내린 모든 결정에 반박을 하게 만들었다.


내 남은 인생을 책임져줄 수 있을 것 같던 사람, 나한테 없는 이성으로 내 감성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던 사람,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 배우고 싶은 점이 있는 사람,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었던 남자친구이자 예비신랑에 대한 내 시선이 둘로 나뉜 것이다.


무속인인 엄마가 무심하게 내뱉은 말들 때문이다. 걘 이기적이야. 자기만 생각할걸? 너는 평생 상처받게 돼있어. 니가 고생만 할 게 뻔하다. 대충 생각해봐도 이런 말들이 곱씹힌다. 최근엔 이 말들이 잘 지어놓은 밥을 씹고 있는데 그 속에 좁쌀만한 돌이 들어있어 까득 - 씹혀 인상이 찌푸려지듯이 딱 그런 느낌으로 이런 생각들은 내 하루를 망쳐놓았다.


처음엔 엄마가 뭘 알아. 무속인이면 결혼반대한답시고 그런 말을 뱉어도 돼?하며 무시를 하려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의 다소 이기적인 듯한 모습이 보일 때면 이런 모습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타로 점을 보고, 길가다 궁합 사주를 봐도 다 흘려들을 수 있었고 나는 그런 사람이라 자부해왔는데, 어찌 그런 말 몇 마디에 나를 흔들어 놓나.


자꾸 부모님이 놓은 덫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 내 몸을 덫에 누이는 꼴이 된다. 거부하면서도 어느새 그 속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든 상태에 이른다. 그러면서 나는 또 나를 혼낸다. 원인 제공은 타인이라는 걸 인식하면서도 그 속에 빠져있는 나를 혼낸다. 자꾸만 기가 죽고 힘이 빠져 무기력한 상태로 다 때려치고만 싶다.


그럼에도 남자친구는 옆에서 말로만 빠져나오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 또 거부감을 느낀다. 미안한 감정과 동시에 불신도 싹이 튼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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