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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Oct 11. 2023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최근 나는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해 생각의 방향을 바꾸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노력이래봤자 생각의 대부분을 그 곳으로 흘러가게 둔 것 밖에는 없지만서도.


오늘은 운전이 하기 싫어 차를 주차장에 내버려둔 채로 버스를 타고 출근하기로 했다. 참고로, 나의 직장은 자가용으로 20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있다. 지방소도시의 외곽에 위치하여 자가용으로는 수월하게 가지만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배차시간부터 정류장으로의 이동을 신경쓰지않을 수가 없다.


본의 아니게 어제부터 미라클 모닝을 하고있는 나는 오늘도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났다. 추석이 끝나고 시작된 합숙소 생활은 나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 예민함을 부지런함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노력중인 것이다. 한 집에 여자가 셋이다보니 씻는 시간이 겹치면 안 되었고, 마지막으로 입주한 나는 가장 먼저 씻기로 합의를 했다. 그로 인해 원하든 원치않든 나는 6시 50분에는 눈을 떠야만 모두가 평화롭게 각자의 스케쥴대로 움직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꽤나 부지런해보이는 생활리듬을 만들어나가는 중이고 오늘은 문득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하다 '뭔가에 얽매일 필요가 전혀 없구나'하는 생각으로 이어져 브런치에 들렀다.


세상에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외형에 집착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는데 나는 내가 느끼기에 태생적으로 꾸밈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그럴 때면 스스로에 어색함을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 1분 전 내가 타야하는 버스를 놓쳐 운좋게 주변을 둘러보다보니 사람들은 다양한 색깔, 다양한 브랜드, 각자에 맞거나 맞지않는 핏의 착장을 갖춰입고 거리에 나선 것을 볼 수 있었다. 나 스스로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엉뚱한 결론일 수 있겠으나 여기서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오늘도 내 개성을 잔뜩 살려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 하나뿐인 내가 흔해지지않도록 노력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하는 생각에 왠지 모를 비장함이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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