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손뼉도 부딪혀야 소리가 나니까
오늘 아침 옆방 동료분이 씻는 소리에 화들짝 잠을 깼다. 그리고 너무나도 선명한 체감으로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이 들고도 분명 현실과 가상, 지옥과 현실을 오가며 나는 또 방황을 할 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놓을 때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리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떠올려봐도 정리할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이번 주말 예정인 이사를 하고나면 진짜 끝. 카톡과 사진만 정리하면 정말 뭐가 없구나.
내게 남겨진 두어달의 가전 할부, 도서포인트를 털어가주신 덕분에 써야할 독후감 5개, 팔아야 하지만 똥값이 돼버릴 예물구두, 커플링, 돈 아깝다는 이유로 미련 가득하게 제작을 맡겨버린 웨딩앨범, 또 내가 부담해야할 이사비용, 여전히 방 한 구석, 차 한 구석씩 차지하고 있는 헌옷수거함 같은 박스 두 개...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들이 내 근처에 늘 놓여있지만 나는 괜찮을 것 같다, 이제는.
브런치에 들르지 못하는 동안 관계라는 것에 대해 정의도 생각해보고 가벼워지기도 했다가 한껏 무거워도 지다가 우리가 가졌던 관계라는 것이 한낱 연기같은 감정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의 표현처럼 그를 '열렬히' 사랑했었으니 그걸로 됐다. 그런 감정을 한 번은 느껴봤으니 그걸로 됐다. 그리고 그 감정의 크기만큼 아파봤으니 됐다. 또, 그런 아픈 와중에도 후회가 없었으니 됐다. 내가 그에게 다시 돌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나의 마음들은 그저 관성이고, 현상유지였음을 알았으니 그걸로 됐다. 그리고 그가 나를 이렇게나 깔끔히 놓아버릴 정도로 나를 생각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다. 적어도 사랑은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음 사람에게는 이런 식의 만남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단점들도 나는 고쳐내고 다듬을 것이다. 그럴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나를 위로하고 다독거리며 시간을 버텨내었다. 하루에 백만가지가 넘는 감정이 오가서 힘들었다. 그래도 일상이 무너지지않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음에 기쁘다. 이별이라는 것이 그 사람이 떠올라 힘든 것만이 아니니 이 공허함과 허탈함은 더 길이 갈 수 있겠지만 이 또한 기꺼이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내심 지금까지 살아온 게 헛살아온 것은 아니었구나, 많이 느낀 날들이었다. 부모 같은 주변인들에게 무한 감사한 시간들 잊지 않고 또 열심히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