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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Sep 01. 2023

부처가 똥막대기라

부처도 똥막대기라


부처가 뭐냐는 질문에

누군가는 똥막대기라 했다지


그렇네

인생 갑자를 돌고 나서

이제사 나도

깨닫는 진리라네


대장 길이가 150센티

항문까지 이르는

직장길이가 20센티라니

세워두면 똥막대기가 맞네


밥이 똥인데

밥은 귀히 여기고

똥은 더럽고 냄새나는 걸로

눈쌀 찌푸렸었지

그러나

이제는 그 분별을 버리려네


내 위 속 밥도

내 대장 속 똥도

다 나의 일부인데

본래 정 한 것도 더러운 것도 없이

앞엔 밥이었다가

뒤엔 똥일 뿐이니


이제 부처도 나도 똥막대기라

불구부정 (不垢不淨)

불이 (不二)

다 하나 라네






*Ps
~불구부정 [ 不垢不淨 ]은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반야심경에서 모든 존재와 현상의 공성(空性)을 설명하는 구절이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연기생멸(緣起生滅)하는 실체가 없는(空) 이므로 현실에서 더럽다거나 깨끗하다고 하는 것과 같은 차별된 모습은 실체가 아니며 본래 공성은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밥은 우리에게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겨지나 그 밥이 똥이 되어 내 뒤로 나오는 건 냄새가  난다고 구리고 더러운 것으로 여기는게 인지상정이다.  
앞으로 들어가서 뒤로 나오는 시차만 있을 뿐 그 똥이 원래 밥이었는데도 말인데 말이다.
이제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단순한 감각적 차원이 아닌 관조적 차원으로 삶을 통찰해보려 쓴 시다.

특히 23년 8월 대장암 수술이 그간 정신을 중시하고 몸을 경시했던 나의 치우쳤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 기회가 몸,마음이 다 조화롭고 균형잡힌 보다 온전하며 완전한 삶을 지향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보았다.

불이~둘이 아니고 하나란 말은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내 일상 삶 속에서는 아니었기에 이제 머리로 알던 것을 가슴을 통해 배로 내려오게 하여 나의 실제적 삶이 되게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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