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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Oct 29. 2023

일월오봉도 땅과의 인연

인생은 타이밍, 그 인연 따라 일어나는 일들

   

내가 죽림리에 집을 짓게 된 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인생 1막 같은 60 지나고 보니 많은 경우 지금까지 시간도 우연 같은 필연으로 흘러왔음을 게 된다. 결혼, 출산, 직장 이어서 명퇴까지 이런 굵직한 사건들도 다 하나같이  모두 우연처럼 이뤄졌다. 그것을 전문적 용어로는 ‘동시성’이라고도 하는데 브런치에 그에 대한 글도 써 둔 게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보는 내게 인생은 일어나야 할 일이 그때 그때 맞춰 일어난다고 본다.    

 

아무튼 지리산 쪽으로 발령을 받아 오게 된 계기를 앞글에서 피력은 했었지만 나도 처음부터 이곳에 집을 짓고 살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학교를 옮기면서도 계속 이곳에 있어보니 좋아서 여기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는 나도 이곳에 집을 한번 지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생각만 하고 있었지 직접적으로 부동산에 물어보고 집을 보러 다닌 적은 6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찮게 알고 지내던 지인이 함양으로 이사를 왔다 해서 가 보게 되었고 그곳이 내가 집 터와 오미자밭을 산 죽림리가 되었다.

집도 사람도 땅도 다 시절인연이 있다더니 두세 번 가 본 마을공기가 그리 읍내랑 다르게 청량한 데다 동네 분위기가 뭔가 호젓하면서도 그윽한 게 딱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그래서 바로 부동산도 거치지 않고 그냥 집터를 사겠다 했고 남편이 집터가 전원주택을 짓기에는 너무 좁다는 말에 동네랑 인접한 오미자밭 천 평도 덜컥 사 버렸다. 당시 밭일이 어떠한 건지는 나 몰라~이었고 그냥 그렇게 해 버렸다.     




오미자 밭 천평과 이전 건물이 있는 대지 120평 동네집을 구입했지만 일단 넓은 밭에 건축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동네 안의 집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는 와중에 아는 지인이 내가 함양에 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니 '일월오봉도' 그림파일을 보내 주셨다. 그림을 보면서 나도 나름 스토리 텔링이 되었다 ㅎㅎ     


내가 집을 지은 죽림리는 경상남도 함양과 전라북도 인월 사이에 있다.

 함양은~ 품을 함, 볕 양 [ 咸陽 ]으로서 옛 이름이 다볕마을, 해를 품은 마을이고 인월은~ 끌 인, 달 월로서 [ 引月 ]이다.

실제 우리 동네 함양읍 끄트머리에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인월이다.

죽림리는 행정적으론 함양읍이지만 거리상으론 인월이 가깝고 그래서 나는 직장 함양으로 출근하되 먹거리 생필품도 싸고 인심도 후한 인월을 생활 근거지로 하게 되었다. 그러니 죽림리는 ((일월))의 중간지점인 곳이다.     


이층 거실에서 오봉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인이 일월오봉도 그림을 보내 주셨구나~! 했다.

오봉산은 우리나라 다른 곳에도 있는 이지만 여기서는 그림처럼 세 봉우리는 뚜렷하고 나머지 2개는 뒤로 약간 빗겨있다. 아무튼 여러모로 좋은 기운, 좋은 터인 것 같아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보통 일월오봉도 그림에는 다섯 개의 봉우리와 해, 달, 소나무, 물이 일정한 구도로 배치되어 있는데 우리 동네에는 소나무 기운이 좋다는 명소도 있고 집 앞 계곡의 물소리가 사시사철 들리는 곳이니 그림과 거의 싱크로율 100프로에 근접한다 볼 수 있다 ㅎㅎ     


우리나라 돈 만 원권 앞면에 세종대왕의 초상화와 함께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다. 일월오봉도는 병풍으로 해서 조선시대 임금의 용상 뒤편에 항상 놓았. 

다섯 봉우리인 오봉은 오행을 의미하는데 목, 금, 화,수,토를 상징하는 오행은 방향으로 보면, 동서남북,중앙이 되니, 유교적으로는 인의예지,(仁義禮智信)을 상징하기도 한다. 

실제 나는 나무 목조주택을 지으면서 내 사주에 나무기운이 너무 뿜뿜 해서 작은 연못도 만들고 일층 거실은 선물로 받은 수석을 많이 배치했다. 그것도 나름 오행에 맞춘 균형이었다 ㅎㅎ





이렇게 시절 인연 따라 귀촌이 이 공간에 이뤄졌는데 사실 소로의 '월든'을 읽으면서 나는 자연으로의 회귀를  늘 꿈꾸어왔었다. 다만 그 적절한 타이밍과 공간, 즉 공간의 씨줄과 시간의 날줄이 만나는 접점을 이루게 되니 그 일이 일어났다고 본다.


물론 재테크적인 면으로는 집을 지으면 어떤 결과가 오리란 건 예측할 수도 없었고 굳이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교사신분의 신용으로 대출한도내에서 은행대출을 하면서 실행했다.

유년시절 시골의 추억 이후 땅에 대한 열망과 염원은 늘 있었기에 주저할 것이 없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영화 속 스칼렛의 마지막 멘트처럼 " 타라, 땅은 소중하다"였는지도 모르겠다.


  흙속에 심겨진 생명~ 그 생명의 발아와 성장, 성숙 그리고 열매 맺음~ 그 후의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처럼 우리 생의 사이클도 그와 같다 본다.

그러니 집 짓기를 시작하면서 이제 지리산 자락 그 자연의 품 속에서  나도 자라고 성숙해서 나누다  열매 맺고 살다 가고프다,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해, 달, 소나무, 물 그리고 오봉   ~ 조선시대 용상 뒤에 일월오봉도 병풍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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