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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Nov 06. 2023

전원생활 첫 오미자 수확

인생도 다섯 가지 맛을 다 봐야 풍부해질 수 있다


내가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오래된 시골집과 동시에 마을 한편의 밭을 산 것은 나중에 남편과 나, 둘 다 명퇴를 하고 나면 탁 트인 그곳에서 정말 남편의 로망인 정원과 텃밭이 있는 꿈의 큰 집을 짓기 위함이었다.    

  

즉 말해서 농사를 짓기 위함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현직교사였던 나에겐 귀촌이었지 귀농이 아니었다. 그러나 천 평에 달하는 그 밭은 이미 오미자가 심겨있는 오미자 밭이었고 집 짓기를 마치고 난 첫 해 9월이 되니 빨강 오미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그간 집 짓느라 고사리는 채취했지만 전혀 돌보지 않았던 밭은 헤쳐나가기 힘들 정도로 풀밭 천국이 되어있었기에 서울에 있는 두 아들을 불러내려 낫으로나마 대충 넝쿨이라도 걷어내라고 했다.

아들은 ‘옴마 이건 개망초가 아니라 개망목이다’ 라며 내 키보다 더 큰 나무 같은 풀을 베어내고 힘든 작업을 며칠 하더니 도망가서 다시는 죽림리로 일하러는 내려오지 않았다. 자신은 서울에서 알바 100개를 해도 여기 밭일 보다 그게 덜 힘들겠다며 ㅎㅎ

          




9월이 되어 드뎌 오미자를 따기 시작했다. 두 아들과 우리 부부 가족 4명이랑 전 밭주인이신 부녀회장님이랑 5명이 밭에 투입되었다. 그간 풀베기 작업이랑 힘들었는데 따는 것도 생전 처음 하는 일인데 역쉬 만만찮은 작업이 되었다.


우리에게 밭일 전수를 위해 특별히 오신 부녀회장님 말씀으로 오미자 따고 화장실에 가 앉으면 부스러기들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이라 했는데 정말이었다. 이파리 마른 것이랑 부스러기가 모자, 스카프사이에 있던 것들이랑 웃옷이랑 바지 속에 있던 것들이 다 흘러내렸다 ㅎㅎ     


오미자는 부녀회장님이 농사로 지을 때는 2톤 수확량이었는데 우리는 주말부부인 남편이 약을 반의 반인 사분지 일도 못/안 쳤기에 수확량도 절반에 못 미쳤다.

남편과 나는 약을 안 치는 주의로 갔고 또 사실 남편이 와서 약을 치려해도 주말이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할 수도 없었다. 대신 적은 양이지만 거의 무농약 유기농의 오미자이니 나의 지인들이 많이 구입해 주셔서 그나마 소비가 되었고 더러 선물로 하기도 했다.      


덕분에 해가 갈수록 소출은 줄어도 우리가 직접 농사지은 걸로 선물하는 기쁨과 뿌듯함이 어떤 것인 지 제대로 체험하는 시간들이 되었다.


 나는 유치한 듯 이런 문구도 작성해서 더러 오미자를 팔기도 하며 우리 오미자를 소개했다.   

  

*약 안 쳐서 모양은 떨어져도 더욱 건강한 지리산 해발 450미터 무공해 오미자입니다      

  

~~ 봄바람의 속삭임

한 여름 햇살과 장대비

그 열정적 사랑의 결정체~~

깊은 감사와 찬미!


따면서도 누리는 즐거움

초록 이파리 사이 숨어있는

너 빨간 사랑의 열매여


내 너를 먹고

땅과 바람과 태양의

지수화풍이 되어본다     


*인생도 오미자처럼 단맛뿐 아니라 짠맛, 쓴맛, 매운맛, 신맛까지 

오미(五味)를  골고루 봐야 풍부해질 것입니다!!

*주문은 010 0000 0000 으로 문자 주세요~     


오미자 터널이 7~8개 되는 밭에서 오미자 수확하기
두 아들과 오미자 수확하는 체험을 ㅎㅎ ~ 붉은 열매는 태양과의 사랑의 결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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