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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Nov 05. 2023

집짓기와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육개장 벚꽃놀이


전원주택 집을 짓는다니 사람들이 집 지으면 동안거 하안거 세 번 수행을 한것과 같다느니 아님 파싹 늙는다는 말을 했다.


사실 사진찍기 좋아하는 남편은 내가 집을 짓고나니 당신 얼굴 이제 사진찍고 싶지않다며 한동안 사진찍기 거부를 했다. 내가 그 만큼 급 노화, 피부 노화를 했다는 말이다.      


땅 매입부터 집 건축 완공까지 일이야 많았지만 스트레스 받은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앞집이었다. 그는 원래 살던 동네 주민도 아니고 그냥 별장처럼 지내려고 시골집을 구입해서 리모델링한 분인데 갑자기 내가 이층집을 지어서 자기 집 조망이 가린다는 이유로 군청에 민원을 넣었다.


이층집을 짓지만 두 집 사이 도로가 있고 새마을 운동 당시 지어진 동네 모든 집이 다 동향으로 되어있어서 남쪽 방향의 우리 집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었다. 뿐 만 아니라 본채가 아닌 창고 같은 별채 건물이 우리 집과 마주보고 있었다.      


공무원들과도 잘 아는 건축설계사분이 오셔서 이 분이 조망권 따지면 내가 되려 일조권 말하면서 이 불법건물 철거하라는 민원을 넣어라고 시켰다.

그 말이 위로가 되긴 했지만 암튼 이웃간에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지극히 평화주의자인 남편은 그 사람 요구대로 통창 창문을 내어주었다.


우리 돈으로 자재 사서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는 듯 마지 못해 승낙하신 목수님께 부탁 해서 통창을 내 주었다.

그랬더니 시비를 위한 시비처럼 민원을 제기했던 사람은 결국 자기 집값 올리기 위해서 우리에게 공짜로 통창을 만들게 하고는 그 집을 팔고 떠났고 더 좋은 이웃이 오셨다.

그리고 지금 그 창은 아예 커텐을 가리고 사용하지도 않는다.     





집 짓는 동안 읍내행사에서 우리 시대 어른이라 불리시던 채현국 할아버지를 만났다. 행사 뒤풀이 시간에 내가 요즘 집 짓느라 스트레스가 많다니 원래 집 한 채 지으려면 오고 가는 동네 사람 말들이 하도 많아서 길이 무너진다 한다며 다독거려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위로가 되어 나중 집 다 짓고 나면 제 손으로 따뜻한 밥 한끼 지어드릴게요~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직접 뵙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번 뿐이었지만 우리 시대 어른으로 본인이 살고 싶은 데로 멋지게 사신 분이셨다.     


사실은 고사리 아줌마 얘길 하려다 말이 길어졌다. 나는 집과 동네와 붙은 오미자밭을 샀는데 오미자밭 둔덕에 이전 부녀회장님이 심어두신 고사리가 많이 올라왔다.


어렸을 적 산에서 몇 개씩 따 보던 고사리가 밭 둔덕에 자연으로 올라오니 넘 신기했다.

특히 비가 오고 나면 우후죽순격으로 올라오는 아기 손가락같이 연하고 탐스런 고사리를 만나러 뛰어가곤 했다.


첫 해에는 정말 양도 많아서 학교 출근하기 전 6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꺽어서 큰 솥에 데쳐 말려놓고 출근하곤 했다. 고사리 작업하는 날은 바빠서 화장도 하는둥 마는둥 허둥지둥 출근을 해도 재밌고 즐거웠다 ㅎㅎ

      

그렇게 말린 고사리를 친정 외가, 고모들, 그리고 시누 형님들께 나눠드리니 지리산 고사리라며 다들 너무 좋아하셨다.

지리산 고사리는 통통하고 부드러운데 우리 밭의 것은 그냥 비료도 없이 자란 자연산이라 가는 것도 많았지만 부드럽긴 매한가지였다.


 덕분에 집짓는 분들께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두루치기를 많이 해 드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고사리 아줌마로 나는 꺽는 재미에다 나누는 재미를 누렸다. 

내 인생의 고사리 추억 황금기였다.      





집짓기 한 중간이었던 이 날의 일기는 이렇게 적혀있다

       

고사리가 비 온 뒤 우후죽순처럼 쑤욱쑤욱 올라와서리 

대충 휘리릭 꺽어서 이너넷 육개장 레시피 검색하여 한 솥을 끓였다

Speedy & Tasty~

나의 쿠킹 스탈이요 모토이다.   

       

일년에 단 한차례 벚꽃놀이시간 ~

대충 인증샷 확 날리고

이 날 기분이 무척 다운될 데로 된 날이라

(집짓기 관련 스트레스 ㅠㅜ)

점핑 샷 찍어달랬다니

급 찍은데로 몇개 잼난 거 건졌다 ㅎㅎ     


저녁엔 맛있는 곱창구이 먹고서

이 년만에 놀방가서 동료들이랑 신나게 놀았다

인생 뭐 있어~~까이 꺼 함서 ㅎㅎ     (2017.04.14)



내맘데로 육개장 끓여보기~고사리 둔덕 걷어내기
밭에서 취나물 한 보따리 뜯어기분 좋은 날~ 고사리들이 길게 올라오기 시작하는 4월
고사리 삶아 말리기
고사리와 벚꽃이 같은 시절에~집짓던 스트레스 아웃으로 야홋~!



PS~우리 시대 어르신 채현국
그 이름 앞에는 정녕 할아버지 보다는 젊은 오빠를 붙여야 한다
어제 00시민연대 초청으로 채현국 옵빠의 강연 아닌 이야기를 들을 귀한 기회를 가졌다.
한 때 세금 젤 마니 내던 사업가가 다 나눠주고 독재시절 민주화운동이나
사회정의를 위한 일하던 사람 뒤에서 몰래 도와주고
한사코 자기 이름 앞에 기부니 독지가란 말 이딴 거 쓰지말라고 했다.
죽어지지 않을 때 까진 죽지 않으니
이럭하면 죽을까  저럭하면 죽을까 결코 두려워도 염려도 하지말고
전쟁포로도 아니고 노예도 아니니 이 얼마나 좋으냐
부디 자유롭게 사고하며 살아라~는
 말씀이 메아리쳐 그를 내 안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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