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기원 한참 전 8천 년 전에 조지아에 와인이 있었다고 한다. 성경에도 술 취한 노아에 대한 언급이 있고 수메르 점토판 기록으로도 남아있는데 암튼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은 지역이 아라랏산 근처이고 아라랏산은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로 알려지니 조지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일치한다.
조지아는 자체 포도나무 종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조지아 와인제조의 핵심은 점토항아리 안의 숙성 기술에 있다. 내가 탐방한 와인의 본 고장 카케티에서 천 년 이상 내려온 전통 기술로 제조한 와인은 향이 짙고 빛깔이 매우 곱다. 러시아 근대 문학의 아버지 푸시킨은 황토 항아리 숙성 전통 비법으로 빚은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파란만장한 역사의 조지아가 이슬람권 지배하에 있을 때에는 한 때 술이 금지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밀주처럼 숨어서 마시는 맛이 더 좋았다 한다. 보르도가 프랑스 와인을 대표한다면 내가 간 조지아 남동쪽 카케티는 조지아 와인을 대표하는 지역이었다. 와인 투어는 확실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같은 상품으로 카즈베기산과 올드캐슬 보러 갈 때보다 두 배나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아침에 후다닥 마지막으로 승차를 하니 맨 뒤자리에 중국계 호주인 여사가 헬로 반긴다. 그녀는 오래전 호주이민을 했는데 현재는 오만에서 영어교사를 하고 있다 한다. 그 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안, 두바이부부등이 일행이었는데 가이드가 다 영어가 되면 영어로 통일해서 설명하겠다 하니 모두 오케이다.
내가 이번 조지아에서 며칠 겪은 거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동유럽권 사람들이 구 소비에트 체제 영향으로 러시아는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사실 나랑 호주여사 두 사람 빼곤 다 러시아어가 모국어 같은데도 영어로 통일 설명 오케이 하는 것도 고맙지만 대부분 다 영어가 되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러시아 청년에게 물어보니 고등학교에서 영어가 필수는 아니어도 다들 선택해서 공부한다고 한다.
체험장에 도착해서 술은 맥주, 막걸리 와인밖에 못하는데 소주보다 더 센 것도 일단 츄라이 해 보라 한다. 다들 원샷으로 마시는 거라 해서 그리해 보았는데 다행히 속은 화끈해도 괜찮았다. 주인아들이 포도주 종류별로 줄을 세워놓고 일일이 제조법과 맛을 설명하며 따라주는데 아무리 양이 작아도 이른 오전 시간에 열 잔 이상을 시음하니 조금은 반응이 온다.
이거 저거 마셔보니 역시 내 와인 취향이 더 확실해졌다. 절대 sweet은 아니고, semi dry 나 아님 dry로. 달달한 와인은 몇 모금에 질려서 싫고 화이트와인 중에서도 드라이가 더 좋다. 그렇게 체험을 하고 와인이 싸도 너무 싸니 다들 사는데 나는 혼여자라 밥 먹을 때 가끔 레스토랑에서 글라스 와인으로 만족하련다하고 말았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조지아식 화덕으로 빵 굽는 곳이다. 빵이름이 엄마의 빵이다. 금방 화덕에 구워 낸 빵은 진짜 구수하고 맛있었다. 근데 같이 시식하라고 주는 치즈는 너무 짜다 ㅠㅜ. 치즈는 역시 치즈전문 나라 것이 더 맛있다.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시그나기 가기 전 잠시 Bodbe Monastery를 들렀는데 나무 문짝만 오래되고 비교적 현대식 건물인데 수도원 뒤 배경이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꽃들로 화단이 만들어져 있어 더 반가웠다.
그리고 시그나기를 갔다. 투어의 장점은 동선의 연결이다. 먼저 뷰가 가장 좋은 레스토랑에 들러 각자 먹을 음식을 주문해 두고 도시와 성채를 한 바퀴 돌고 와서 바로 먹을 수 있게 시간을 짜 놓는다. 양 바베큐와 그린 샐러드를 시켰는데 Green이 아니라 Greek salad가 나왔다. 치즈가 들어가니 가격도 훨 비싼데 이게 실수인 지 관광지 상술인 지 몰라도 따지기 귀찮아 그냥 양이 많아도 일행들이랑 나눠 맛있게 먹었다. 그래 봤자 우리나라보다 훨 싸니 그 가격에 양 바베큐를 먹은 게 감사할 뿐이라는 마음이었다.
돌아오면서 와인 주인장 설명을 새삼 떠올리며 웃었다. "가장 좋은 와인은 내게 맞는 와인이고 가장 이쁜 여자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다"
와인 수출은 얼마나 하느냐? 물으니 주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에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유럽시장이야 다른 와인산출국들이 많으니 그럴 법하다. 오크통이 아니고 우리가 김칫독 묻던 거처럼 흙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어 숙성시킨다는 것이 다르다. 포도만 넣는 것이 아니라 줄기 이파리채 넣어 숙성시키는 것도 다르다. 맛은 다른 포도주와 별 차이를 못 느끼고 그냥 와인맛이다. 포도종류나 지역에 따라 약간의 향이나 신맛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첨엔 트빌리시 길가 주스를 직접 짜 주는 데서 옆에 병에 뭐가 있길래 주스인 줄 알고 물으니 와인이라 했다. 색깔별로 종류별로 다 놓고 같이 팔고 있었다. 이집트에서 맥주 한 캔 사려해도 마트는 안 팔고 정해진 곳에서만 팔던 거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여긴 마트에서도 물 보다 와인이 먼저 눈에 띄는 나라 조지아다.
사이즈도 다양한 조지아 와인
이전에는 산양뿔에 따라 마셨다고 주인 아들이 설명
와인 따라 다른 시음잔도 열 잔씩이나 ~~~
와인보다 도수 높은 술 차차 시음하기
엄마의 화덕에서 빵 맛보기
관광객들로 북적거려도 고요히 수도원마당에서 묵상 중이신 듯....
수도원에서 내려다보는 시그나기 쪽 뷰가 일품이었다
시그나기 풍경
풍경 좋은 곳 레스토랑 푸짐하고 고급지면서도 우리보다 훨 물가가 싸다
조지아와인은 이런 이 황토 항아리에 넣어 땅에 묻어 숙성시킨다.
아름다운 시그나기 정경
견과류 등으로 만드는 조지아의 대표간식 #츄르츄켈라~몇 줄 사서 곶감 빼먹듯 하니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