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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11. 2023

트빌리시 뷰가 아름다운 곳

나리칼라 요새

쿠라강 왼편 절벽 이름이 메테키다. 그 위에 우뚝 세워진 Metekhi 교회는 성모승천교회라고도 하는데 올드 트빌리시의 명소다. 머리를 가려야 하니 스카프를 쓰고 성당 안에 들어가니 입추의 여지가 없다. 오늘이 무슨 장례식인가 하며 밖으로 나와서 말을 탄 동상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


왕 이름이 적혀 있지만 그 역사적 내용은 모른다. 그래서 동상 주위를 빙빙 돌고 있으니 어떤 나이 드신 분이 와서 가이드 안 필요하냐 하길래 첨엔 거절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아무런 공부도 없이 무작정 온 트빌리시라 아는 만큼 보이는데 깜깜이로 뚜벅이 하기는 답답했다. 그래서 돈 보다 시간이다라는 결론으로 가이드비용을 물어보니 100 라리가 해서 하기로 했다.


맨 먼저 궁금한 점이 방금 본 성당 안의 인파들로 오늘 장례식이 있냐 물어보니 매주 월, 수, 금은 치유목적으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거라 한다. 이 교회의 영향력은 치유파워와도 연관이 있어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일일이 십자가로 축복을 받고 간다 한다.

암튼 마치 내가 카이로에서 택시투어를 했듯이 트빌리시에서도 그렇게 며칠을 돌아보기로 했고 가이드는 맨 먼저 트빌리시 sea를 보러 가자 한다. 여기에 바다가 어디에 있느냐니 가 보면 안다고 한다.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정말 큰 호수 같은 게 나온다.


1953년에 만든 인공 호수인데 식수를 위한 저수지역할을 하며 호수 주변은 휴양지로 개방하여 시민들과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 한다. 호수의 길이가 8.75km, 너비는 2.85km니 트빌리시 해로 이름 지을 만했다. 그런데 그 호수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언덕 꼭대기에 우뚝 세워진 ‘조지아 연대기’라는 기념물이었다. 1985년에 시작되어 아직도 완성되지 않아 한 벽면이 남아있다. 이 기념비는 조지아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기록하는데 30~35m 높이의 기둥이 16개로 거대한데 특히나 산 꼭대기에 우뚝 세워서 더 높아 보인다. 계단식으로 되어 상단에는 왕과 영웅이 있고 하단에는 그리스도의 생애가 조각되어 있다.


다시 한번 조지아는 정교와 역사가 함께 하나로 이들의 정신적 구심점을 이룸을 느낀다. 서울인구 절반도 안 되는 인구 400만 명 미만인 조지아가 유럽의 보석으로 여겨지며 매 년 찾아드는 여행객수가 인구의 두 배 800만 명이 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지정학적 위치로 역사상 모든 강자들에게 차례로 지배당했고 근세에는 러시아제국에 100년 지배당하고 소비에트연맹 70년을 뚫고 나와 잔존하는 비결은 그들의 정체성을 지켜온 정신력과 그를 보듬어주는 문화유산이 아닐까 싶어졌다.


트빌리시에서 뷰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또 다른 명소는 나리칼라 요새다. 구 시가지를 다 내려다볼 수 있고 쿠라강과 평화의 다리, 대통령궁, 그리고 성삼위일체 대성당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바로 옆에 조지아의 어머니상인 Mother of Georgia가 우뚝 서 있다.


요새는 4세기에 페르시아인들에 의해 군사요충지로 쓰이기 시작하여 7~8세기엔 아랍인들에 의해 증축되고 그리고 그 이후 16세기까지 조지아왕들에 의해 증축되어 오늘의 모습이라 한다. 요새 뒷면으론 지금은 보타니컬 가든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사실은 낭떠러지 계곡이고 요새 앞으로 아래는 유황온천지대니 그야말로 천연요새로 오래 지탱될 수 있었다 본다.


조지아의 어머니상은 20m 높이의 알루미늄상이다. 왼손에는 와인잔을, 오른손에는 장검을 들고 있는데 친구에게는 와인을 주고, 적에게는 칼로 방어한다는 의미라 한다. 칼을 높이 치켜든 것이 아니라 옆으로 들고 있는 모습으로 봐서 어머니의 수호정신이 맞다 본다.


영어단어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본 조사 결과 1위가 mother 다. 그다음에 peace, love 등등이 오고 father는 없단다. 신이 천사를 보낼 수 없어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이 있듯이 모성은 모든 걸 아우런다.


두 번째로 뷰를 즐겼던 곳은 나리칼라 요새 가까운 다볼리교회였다. 투어 마지막으로 간 곳인데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고 여기서도 신심 깊은 가이드는 열심히 기도를 했다. 나도 같이 촛불을 켜고 기도를 했다.

가이드 덕분에 나는 트빌리시를 차로 동서남북 외곽으로 자연호수로 높은 곳으로 다 돌아본 셈인데 가장 높은 곳이 정말 트빌리시 사방에서도 다 볼 수 있는 TV 송전탑이었다. 높이가 해발 770미터라 하고 탑의 높이가 200미터니 거의 1킬로 높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곳 카페 레스토랑에서 조지아식 중에 안 먹어본 하차푸리를 시켜 먹었다. 가이드가 펀칙이라는 안에 슈크림 들어간 것을 시키길래 나도 궁금해서 하나 시켜봤는데 온종일 투어하느라 삶은 계란 두 개 먹고 배가 고팠던 탓 인지 정말 맛있었다. 하차푸리는 생각보다 거대? 해서 결국 반만 먹고 싸 달라해서 이튿날 아침으로 숙소에서 프라이팬에 데워먹었는데 여전히 맛있었다. 치즈, 계란, 버터가 들어간 조지아식 빵이다.


트빌리시란 말은 '따뜻한'이란 뜻인데 유황온천지역으로 생긴 이름이다. 일찍이 4~5세기경 왕이 사냥을 하다 꿩이 익은 걸 발견하고 온천도 같이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특히 러시아 지배기간 동안 코카서스 전역의 수도였던 이곳 트빌리시로 많은 러시아 들인들이 휴양차 왔었다 한다. 그래서 나리칼라 요새 아래로 아직도 '하맘' 터키식 목욕탕이 많이 있다.


러시아 개혁을 주장하다 황제에게 미운털이 박혀 이곳으로 유배당했던 푸시킨은 '조지아의 음식은 시'요, "내 생애 트빌리시의 유황온천보다 더 황홀한 온천을 가본 적이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나도 와이너리 투어를 같이했던 모스크바에서 온 아줌마 타냐가 스파같이 가지 않겠냐 해서 한번 가 봤다. 메디칼 센터라고 아주 큰 건물인데 아마도 국립보건소 같은 곳이다. 그녀가 이곳은 소비에트 시절 그들이 지었다고 하며 다른 곳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고 했다. 시설도 깔끔하고 일인실이라 좋았다. 물은 우리 한국 목욕탕보다 그다지 뜨끈하진 않아서 중간에 비우고 다시 받아서 하고 나왔는데 유황온천이라 그런 지 피로가 가시고 느낌은 좋았다.


모던 아트 뮤지엄은 '조지아 연대기'의 작가 주랍 체레텔리 Zurab Tsereteli 의 개인 박물관이었다. 거대한 동상부터 유화, 작은 상까지 주로 청동 작품인데 사이즈뿐 아니라 그의 작품은 섬세하게 개성과 인물의 특성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유명 화가들, 정치인, 요한 바오로 2세, 마더 테레사 등 종교, 신화, 역사적 인물까지 두루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조지아 트빌리시 출신이나 뉴욕과 모스크바에서 활동한 대가이고 그의 작품은 파리, 런던, 스페인등 세계 도처에 서 발견된다 하니 그는 확실한 거장이다. 그림이 아니라 동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준 그의 역할도 크다 싶다. 특히나 80년부터 작업해서 그가 조지아에 헌정한 조지아 연대기는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니 놀랍다. 트빌리시의 중심에 있는 자유광장의 탑 꼭대기의 세인트 조지상도 체레텔리 그의 작품이다. 성 조지는 기독교를 전파한 인물인데 이곳 정교회 안에 말을 타고 용을 무찌르는 그림이나 조각은 다 그를 기린 것이다.


트빌리시의 자유광장은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소비에트 시절엔 레닌의 동상이 있던 레닌 광장이었다가 1991년 독립 이후 자유광장이 되었고 레닌동상을 철거하고 성 조지의 상을 세웠다. 광장은 러시아 제국과 소비에트연방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2003년 장미혁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중 시위의 장소였으니 조지아국민들의 자유의 상징적 구심점이 아닐까 싶다.


여러 번 수선한 메테키 교회벽이 세월의 연륜을 말해준다

메테키 교회광장에 세워져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늑대투구왕 -고르가살리 왕이다. 그는 조지아 정교회를 재조직하고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를 설립한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조지아 연대기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건축물 조지아 주요 8 교회를 다 한 군데 모아 조각해 두었다.

주랍 체레텔리 조지아출신의 거장 예술가 (사진은 인터넷에서)

그의 아래 조각품과 그 옆 높은 호텔건물의 대비로 얼마나 거대한 지 알 수 있다.

언덕 위의 조지아 연대기 입구

위에는 왕과 영웅들, 그 아래 예수님이 조각되어 있다.

가운데 동상에는 그 유명한 늑대투구왕의 '늑대투구'가 그려져 있는데 고대조지아의 늑대숭배 사상과도 연관이 있다. 사실 늑대는 개와 한 종류로 조직에 대한 충성과 신의가 남다른 동물이다.

자유의 광장 꼭대기 Saint Georgie상~ 성 조지에서 조지아란 이름도 나왔지 않을까 싶다.

조지아의 어머니상

유대 시나고그, 모스크, 아르메니아교회등 공존하는 올드 트빌리시

러시아 아줌마 타냐, 아주 섬세하고 배려심이 많은 분으로 느껴졌다. 여행 좋아하는데 이제 나이 드니 옮겨 다니는 거 게을러진다면서도 그 무거운 와인쇼핑한 걸 들고 택시도 안 타고 한참을 걸어가는 걸 보니 강인함도 느껴졌다. 스파는 개인욕실방으로 이뤄져 있고 욕조탕과 샤워부스가 같이 되어있어 편리하고 깨끗했다.

모스크처럼 생겼으나 사실 하맘이란 온천목욕탕이다

메테키교회에서 건너편 티브이방송국도 바라보인다. 늑대투구왕은 트빌리시의 올드타운을 내려다보고 있다

접시크기로 짐작되는 하차푸리가 혼자 먹긴 너무 크다. 양 끝을 뜯어서 안에 버터랑 계란, 치즈를 빙빙 돌려 찍어먹는 거라고 가이드가 시킨 대로 먹어보았다

하루는 트빌리시 일상모습을 보러~~ 목적지 없이 버스만 타고 이리저리 돌아댕겼다

지하철 방공호처럼 깊은 트빌리시의 지하철도 무섭지만 안 타보면 서운할 거 같아 타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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