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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11. 2023

눈 덮인 5월의 카즈베기 산

조지아는 카즈베기산

조지아는 흔히 코카서스 3국이라 부르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유럽의 동쪽, 아시아의 서북쪽에 위치하는 나라이다. 코카서스란 영어식 이름도 유럽의 고지인 캅카스 산맥에서 나왔다.

북쪽은 러시아, 남쪽은 터키와 아르메니아, 남동쪽은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조지아는 1991년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독립했다. 인구는 500만 명에 수도 트빌리시가 100만 명 정도다.


일단 트빌리시에 숙소를 정했으니 인근 One day tour를 먼저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것이 짐 없이 최대한 가볍게 주변을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날은 카즈베기산을 가기로 했는데 그날 내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전날 먹은 치즈피자같이 생긴 게 너무 짜서 감기기운도 있는 상태에서 소화가 안 된 탓이다. 호텔조식도 거르고 이른 시간에 투어오피스에 가니 와인을 시음하라 한다.


아침부터? 그러면서 조금 마시고 나니 다행히 가스도 나오고 체기가 나아졌다. 나중에 점점 더 알게 되지만 조지아는 와인의 나라다.


해발 5,047m에 있는 카즈베기 산은 화산분출산이다. 조지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며 신화와 종교 전통적으로도 의미가 가득한 우리나라의 백두산 같은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서 여름엔 트래킹으로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가이드말이 3월까지도 눈이 쌓여 길이 막혀있었다 하는데 눈 덮인 만년설 사진만 떠올리며 설레며 차에 올랐다.


전체 인구 4백만 부산인구보다 좀 더 큰 조지아~그래서 우리나라처럼 고속버스 같은 것은 아예 없고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수단도 마슈르카라 부르는 소형 밴이다. 우리 일행도 가이드, 기사 빼곤 5명이라 마슈르카에 올랐다.


가다가 호수 주변에 잠시 멈춰 주스도 마시고 나는 너무 추워 망토 같은 걸 가격흥정도 없이 그냥 샀다. 사고 보니 40라리 정도 더 준 거 같은 ㅠㅜ (우리 돈 만 육천 원? 아직 정확한 환율도 모르고 그냥 쓴다, 안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 사실 카이로에서 기부 아닌 기부로 두꺼운 티와 조끼, 양말까지 다 주고 왔다. 그렇게 짐을 줄여놓고도 막상 추우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카즈베기 가는 길에 게르게티 수도원을 들렀다. 14세기에 지어진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놀랍다. 내가 올라 본 가장 높은 곳은 우리 동네 지리산 천왕봉인데 그 보다 더 높은 해발 2,170미터 정상에 우뚝 솟은 수도원은 광활한 산을 배경으로 정말 무슨 신비로운 상징물같이 위엄이 있었다. 건축과 자연풍경의 놀라운 조화로 여겨지는 조지아건축의 전형이라 하고 가파르고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꼭대기에 고립된 위치에 그 누구도 함부로 침탈할 수 없는 곳에 지은 것은 강국들에게 침탈당하던 조지아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인상 깊게 수도원을 보고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더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가이드가 한참을 설명하는데 무얼 말하나 했더니 멀리 보이는 전망대 위에 거대한 원형 조형물이 있다. 러시아가 조지아와의 200년 수교기념으로 만든 Artwork, 예술기념물 구다우리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하고 날씨가 돌변했다. 일행 중 한 명이 We have 4 seasons in a day 한다. 봄에서 다시 겨울로 갔다. 망토를 안 샀으면 어찌했을까 싶을 정도로 추웠고 아침도 굶은 탓에 말 그대로 거지의 대명사인 hungry and cold, 춥고 배고팠다.


그래도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파노라마였다. 그 정상 전망대에 우뚝 선 기념물 구다우리를 보고 나서야 겨우 런치 아닌 늦은 저녁을 먹었다. 배 고플 때는 멀리 있는 눈 덮인 산도 좋아 보이다 가물거렸는데 이것이 오늘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다라며 정말 맛있게 킹갈리와 미트숲을 먹었다. 킹갈리 혹 우리식 발음인 힝갈리는 조지아식 만두요리다. 함께 먹은 고기수프는 내겐 육개장 같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골아떨어지면서도 눈 덮인 설산 카즈베기가 계속 어른거렸다.


카즈베기산 정상을 배경으로

구다우리 전망대에서

내가 간 시간이 5월인데도 길가 눈 두께가 어마하다

산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두 물줄기 색갈이 선명하니 다르다. 물살이 섞이지 않고 수십 킬로미터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신기하다.

산꼭대기는 만년설일 것 같다

수도원

흰 쪽은 교회요 붉은 곳은 성주가 살던 성이라 한다.

가이드가 킹갈리 먹는 법을 가르쳐준다. 끝을 깨물어 국물을 먼저 쪼옥 빨아먹어야 만두 속 육수가 튀지 않는다.

조지아식 힝칼리 고기만두 맛있다

짐이 무거워 패딩과 스웨터를 버리고 다니다 조지아에서 다시 망토를 사 걸치고 그래도 추워서 배낭 속 스카프랑 모든 걸 꺼내서 몸에 둘렀다. 이때가 22년 5월이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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